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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들 모임에서 함께 등산을 즐기는 김종현씨.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워 암에 대한 두려움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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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는 삶에 눈떠… 주변 돌아보는 지금이 더 행복 유방암 치료를 받으며 김씨의 인생은 전과 많이 달라졌다. 수술 전 건강을 주면 봉사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나름의 기도를 실천하는 데 나섰다. 간호사 자격이 있어, 일주일에 하루는 시간을 내어 노숙자 등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서울 길음동의 한 복지병원에서 진료를 도왔다. 김씨는 “박봉임에도 냄새나고 남루한 환자들을 예수를 모시듯 진료하는 그 곳 의사들에게 겸손함 등 삶의 의미를 배웠다”고 말했다. 집 주변 복지관과 성당에서 홀로 살거나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에도 힘을 보탠다. 식사도 못하던 노인이 이제는 지팡이라도 짚고 외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 됐다. 유방암 재발 예방을 위해서 운동과 몸무게 조절이 필수다. 김씨는 수술 뒤 6달 가량 요가를 배웠다. 지금은 집 주변 초등학교에서 노인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십여 명 정도가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요가 뒤에는 같이 운동장 주변을 걷는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회식도 하고 건강 상담도 한다. “솔직히 추운 날에는 나가기 싫죠. 하지만 같이 하는 어르신들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 운동장으로 달려간답니다.” 물론 고혈압 등이 있으면 겨울날 새벽 운동은 말리고 있다. 김씨는 아산병원 유방암 환자들 모임도 꾸준히 나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운동 삼아 서울 주변 산에 등산을 간다. 꼭 정상을 오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올라갈 수 있을 만큼 갔다가 돌아온다. 피로와 스트레스는 유방암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환자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찜질방 같은 대중목욕탕에도 간다. 같은 처지의 환자들과 주치의를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목욕탕에서 가슴 한 쪽에 큰 상처를 입은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의아하게 여기면, 유방암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 준다. 특히 자가 촉진법 등으로 미리 발견할 것과 유방암 예방을 위한 음식 조절이나 운동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김씨는 기름기가 많거나 튀긴 음식을 제외하고는 뭐든지 잘 먹는다. 먹고 싶은 것이 생기는 것은 몸에서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특별히 챙기는 음식이 있다면, 콩이나 견과류다. 콩이 여성 호르몬 구실을 해 갱년기 증상을 줄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국장, 콩비지 등과 은행, 호도, 잣 등이 그가 즐기는 음식이다. 음식은 가리지 않지만 몸무게 조절에는 관심이 많다. 지방에서 여성호르몬이 나와 유방암 재발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란다. 아들 내외 등과 함께 사는 집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가 피우는 재롱에 김씨의 웃음은 또 만들어진다. “죽음까지 염려했던 암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함께 하는 삶을 배운 지금이 더 행복한 삶 아닐까요?”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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