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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0 19:52 수정 : 2009.02.16 16:05

조승연 삼성농구단 단장

스포츠맨십을 위하여 이것부터 해보자 ⑦ 조승연 삼성농구단 단장

내가 운동하던 1960년대에는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를 해야했다. 운동 선수 가운데 학점 이수를 하지 못해 유급당하거나 심지어는 퇴교당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있었다. 1997년 한국프로농구(KBL)를 창설하는 데 큰 구실을 한 김영기 선배는 더한 증언을 한다. 고등학교 때 농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적이 그 반에서 가장 우수한 쪽에 들어야 했다고 한다.

요즘은 어떻게 된 것인지 퇴보했다. 학원 스포츠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배운 거라곤 운동 밖에 없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과연 은퇴 뒤 이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지도자의 자질문제도 거론된다. 갈수록 운동부의 정원이 줄고 있다고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종목에 자질이 없는 선수라도 억지로 운동을 시킨다고 한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운동에 자질이 없는 선수들을 공부나 새로운 종목으로 안내하고, 카운셀러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소리 없이 은퇴한 많은 농구인들이 있다. 이들 중에서 농구가 아닌 축구를 했더라면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처럼 최고의 무대에서 뛰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세계적인 석학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공부를 포함해 다양한 길을 열어주지 못할 때,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생기게 된다.

미국 내에는 수 천개의 대학 농구팀이 있고 한 대학 내에서도 여러 팀이 존재한다. 단지 농구가 좋아 방과 뒤 활동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도 있다. 일본의 오사카 지방 중·고 농구대회에 500개 이상의 팀이 참가하는 걸 봤다. 직업을 위한 학원 스포츠가 아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학원 스포츠가 정착되어 있는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공부는 좋은 습관이요 좋은 버릇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하는 좋은 버릇이 생겼으면 좋겠다. 요즘 일부 대학 운동부에서 선수들도 강의를 들어야 졸업을 시켜준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초·중·고 시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운동만 해왔던 선수들이 과연 수업을 제대로 듣고 이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아마 그들에게는 수업이 그 어떤 훈련보다도 더 힘들고 어려웠으리라.

선수들이 공부하는 것이 기사화되는 것보다는, 공부하는 선수가 당연시되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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