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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학자들에게 ‘진실’ 대신 ‘코드’를 요구하고 있다. “4대강 정비의 실체는 운하”라고 양심선언을 했다가 징계를 받은 김이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이 지난해 12월2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승강기 안에서 인사위원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부인과 통화하고 있다.
고양/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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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세상살이 자유로워졌나
‘연구의 자유’ 빼앗긴 연구원
“지난해 9월 정기국회가 열릴 무렵인데, 평소 알고 지내던 정부 관계자가 찾아왔습니다. 청와대가 국책연구소들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털어놓으면서 큰 걱정을 하더군요.”
‘대운하 양심선언’ 김이태 박사 중징계‘금산분리 소신’ 이동걸 원장 중도사임
“짜맞추기 연구 정책실패 가능성만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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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마우스탱크’를 민간에까지 강요한다. ‘9월 위기설’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6일 아침 한국거래소 기자실에선 국내 대표적인 애널리스트 6명의 시황간담회가 열렸다.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은 한결같이 “9월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는 낙관론을 쏟아냈다. 이날 행사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시장과의 대화’라는 명분으로 네차례나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소집했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당시 당국의 의도는 애널리스트의 입단속이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금융당국은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표에 ‘신중하라’는 엄포를 놓았고, 시장에서는 정부정책이나 경제전망에 부정적인 보고서가 거의 사라졌다. 정부가 루머를 잡겠다며 벌인 외환딜러 단속이나 증권사 메신저 단속처럼 ‘시장 길들이기’로 의심받는 조처는 일일이 세기도 힘들 정도다. 이러다보니 연구자들이 정부가 예민해할 만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론에 ‘익명’이나 “행간을 읽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갈수록 늘고 있다. “똑같은 연구과제인데 지난 정부와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도록 강요하면 앞으로 어느 누가 바른말을 하겠습니까?” 김이태 연구원이 되묻는 말이다. 민간경제연구소 소장 출신의 한 인사도 “대운하나 금산분리는 이념문제가 아니라 학자적 양심의 문제”라고 말한다. 국책연구원의 한 박사는 “금융위가 금산분리를 적극 추진하지만 1년 전만 해도 그 전신인 재경부 금융정책국은 금산분리를 옹호하는 정반대 자료들을 만들었다”며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지만, 학자들은 갑자기 소신을 뒤집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0편의 보고서만 낸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세연구원은 현 정부 들어 이전과는 정반대의 결론을 담은 보고서 두 건을 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도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채, 정부의 정책홍보용으로만 ‘인용’되고 있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은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분야 국책연구소의 한 박사는 “정부정책에 잘못이 있을 때 바로잡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협조”라며 “바로 그것을 하려고 국책연구기관을 둔 것이고, 싱크탱크의 본질적 의미 아니냐”고 되물었다. 마우스탱크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은 “위기상황에 대한 판단마저도 정책적으로 왜곡되고 수시로 번복되고 있다”며 “그래서 정책대응에도 실기하고 서로 상충하는 정책이 남발되면서 국민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국책연구원이 무조건 따르면 정책의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생각은 정말 단순한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인데, 마우스탱크 정책은 민주주의 기본이념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우스탱크 정책이 이명박 정부를 ‘실패한 정권’으로 만드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경고로 들린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김경락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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