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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행위예술가 시온 칸(본명 배희권·앞줄 왼쪽 두번째)씨가 ‘8·15 건국절 법률개정 추진과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비판하며 ‘건국반만년, 정부수립 89주년’이라고 붓글씨를 쓰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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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실용인가, 이념인가-역사왜곡 밀어붙이기
“굳이 이념으로 따지면 우리는 오른쪽에 가까운 중도예요. 그런데 이 정부가 ‘우로 우로’ 가면서 자꾸 우리를 밀어냅니다. 자기들 편이 아니라는 거지요. 도처에 적을 만들고 있어요. 두고 보세요. 언젠가는 사단이 나고 말 겁니다.” 호남벌을 호령하던 의병장의 기개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 조세현(71·사진) 광복회 민족정기통일특위 위원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면암 최익현의 제자로 1907년 거병해 2년 남짓 호남창의군을 이끌다 순국한 조경환(1876~1909) 의병장이 그의 할아버지다. 조 위원은 지난 2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출범 1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를 ‘일그러진 우파’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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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현 광복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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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민족반역자 독립유공자 대우 될말인가 “이 정부 사람들, 입만 열면 ‘10년 좌파정권이 나라 망쳤다’고 합니다. 자기들은 우파정권이란 얘긴데, 대체 어느 나라 우파가 독립항쟁 세력을 이처럼 홀대하고 폄훼합니까. ‘민족’과 ‘공동체’야말로 우파의 핵심 가치가 아니던가요?” 지난해 그가 소속된 광복회는 1965년 창립 이래 가장 파란만장한 1년을 보냈다. ‘건국절’ 파문으로 시작된 정부와의 불화는 연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임시정부 폄하 내용이 담긴 ‘건국 60년’ 홍보 책자를 배포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회원들은 즉각 책자 회수와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건국훈장 반납을 결의했다.
“훈장을 반납하겠다는 것은 괜한 엄포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 전체를 걸겠다는 거예요. 독립유공자들에게 훈장은 삶의 ‘존재 증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조 위원은 훈장 반납 결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정부가 3·1절 이전에 가시적 조처를 내놓겠다고 약속한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지난해 ‘건국 60년’ 논란과 관련해 정부와 뉴라이트 단체가 보여준 태도에는 확고한 정치적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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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1년 역사 갈등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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