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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달력의 대명사 ‘피렐리 달력’(왼쪽) VS 스타스 아키의 냅킨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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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현시원의 디자인 극과극
‘달력그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과거엔 ‘달력그림’ 하면 노란 풍차가 돌아가거나, 머리 풀어헤친 여자가 바위 위에서 벗은 몸을 드러내거나, 붉은 단풍 가득한 설악산 풍경이 연상되곤 했다. ‘달력그림’ 이란 단어가 변두리 이발소 한편을 채우고 있는 조악한 키치(kitch)적 감수성을 대변하는 말로 쓰이곤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열두 달의 한가운데인 여름에 웬 달력이냐고? 7월은 달력 디자인 공모전이 활발한 시기일 뿐 아니라 연출이 까다로운 여름 이미지를 찍을 수 있는 달력 제작의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선데이 서울’풍의 야릇한 달력그림을 보기 어려워졌지만 여성 누드라는 낡은 방법을 40여년 동안 유지하면서 뛰어난 예술품으로 칭송받는 달력이 있다. 바로 타이어 제조회사인 피렐리에서 매년 제작하는 ‘피렐리 달력’이 바로 그것. ‘피렐리 달력’은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에게 달력그림, 곧 사진을 의뢰한다. 고품격 예술 누드로 칭송받는 만큼 전시회는 물론 사진들은 단행본으로도 출간된다. 2009년엔 “아름다움이 세계를 구한다”는 기획 의도 아래 사진작가 피터 비어드가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과 오카방고 강을 찾았다. 세계 톱 모델들과 함께 아프리카 코끼리의 팔에 매달린 여성의 세미 누드 컷을 촬영했다. 2010년 ‘피렐리 달력’을 위해선 사진가 테리 리처드슨이 벌써 브라질에서 누드 촬영에 들어갔다. ‘피렐리 달력’은 흔한 물건이 아니다. 대중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던 한국의 흔한 제약회사 달력, 은행 달력과는 목표 지점부터가 다르다. 이 달력은 매년 3만장, 아시아에는 500여개 남짓 배포될 뿐이다. 2009년 제품은 친환경 천연종이에 인쇄했고, 촬영 중에도 아프리카의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해 여러 조처를 했다. 해가 지나면 쓸모를 다하는 달력이 아니라 소유하고 싶은 완상용 수집품이라는 점에서 ‘명품 VIP 달력의 대명사’라는 말이 괜한 호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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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원의 디자인 극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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