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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5 19:11 수정 : 2009.07.09 19:44

〈타샤의 식탁〉

[매거진 esc] 요리보다 요리책 | 마사 스튜어트와 타샤 투더

영국에 고든 램지와 제이미 올리버가 있다면, 미국엔 마사 스튜어트가 있다. 미국식 가정요리 전도사인 마사 스튜어트는 요리뿐 아니라 꽃꽂이, 정원 가꾸기, 인테리어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겠다.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살아 있는 주부의 신화이자 살림의 여왕. 가난한 이민자 출신의 평범한 주부에서 인기 살림 칼럼니스트로 변신한 뒤 결국엔 각종 살림도구를 생산하는 공장을 차려 아메리칸드림의 주인공이 됐다. 2004년엔 전세계 국제면을 장식하며 주식 부당거래 등의 혐의로 감옥에 다녀온 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단다.

올해로 68살인 그가 펴낸 요리책만 10종이 훌쩍 넘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그의 전기물이나 경영 방식을 다룬 책만 출간돼 있다. 시중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원서인 <마사 스튜어트의 요리교실>(Martha Stewart’s Cooking School)은 그의 대표적인 요리책. 그런데 무려 504쪽에 이르는데다 판형도 크고 가격도 45달러여서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달걀을 요리하는 법만 해도, 삶는 법, 반숙하는 법, 프라이하는 법, 스크램블하는 법, 오믈렛하는 법 등 10여 가지 방식을 다루는 등 꼼꼼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스튜어트의 특장이 빵과 케이크에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독자라면 <마사 스튜어트의 베이킹 핸드북>(Martha Stewart’s Baking Handbook)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요즘 한국에서도 유행인 컵케이크에 관심이 있다면, 175종의 컵케이크를 다룬 <마사 스튜어트의 컵케이크>(Martha Stewart’s Cupcakes)를 그냥 지나치긴 어려울 것이다.

마사 스튜어트의 레시피가 너무 화려하고 부담스럽다면, 또는 미국식 가정요리를 소박한 자연식으로 느끼고 싶다면 타샤 튜더의 요리책을 추천한다. 2008년 말 공중파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해진 타샤 튜더는 원래 100여 권의 동화책을 쓴 작가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런데 50대 중반에 버몬트 산골에 들어가 30만평의 정원을 가꾸고 자연 친화적 삶을 실천하면서 그의 라이프스타일이 미국 사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매년 1천개가 넘는 알뿌리를 심고, 직접 짠 염소젖으로 치즈를 만드는 등 30년 이상을 자급자족하다 지난해 여름 숨졌다.

강김아리 기자의 요리보다 요리책
한국에 번역된 10여 종의 책은 대부분 타샤의 전기물이거나 동화책인데 다행히 요리책도 한 권 있다. <타샤의 식탁>(Tasha Tudor Cookbook)은 머리말에 나오는 ‘훌륭하고 가치 있는 것은 모두 시간과 공이 들게 마련이다’는 말을 실천하듯 식재료부터 다르다. 직접 키운 닭이 갓 낳은 신선한 달걀, 텃밭에서 딴 토마토, 껍질을 벗겨 찐 다음 롤러로 찧은 귀리 등 도시인들에겐 당혹스런 레시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샐러드에서 수프, 빵, 쿠키와 케이크까지 1700년대부터 튜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는 읽기만 해도 영혼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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