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1.24 19:14 수정 : 2013.01.25 09:36

박현 워싱턴 특파원

한반도가 다시 대결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외교정책에서 힘보다는 대화를 중시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마치고, 새 임기를 시작하는데도 북-미 관계는 개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이 비핵화 포기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힘을 통한 국익 추구 행태를 보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철학이 다른데도 북-미 관계가 이렇게 된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갑’의 위치에 있는 미국의 정치역학 구조도 큰 요인이라고 본다.

오바마는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외교철학을 갖고 있지만, 국내 정치적으로 이를 추진할 동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미국 내 정치역학 관계가 ‘민주-공화당 권력분점’ 상태에 있는 탓이다. 의회 권력이 강한 미국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국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대통령도 뜻을 펴기가 쉽지 않다. 외교정책에서도 중요 사안은 의회에 보고해야 하고, 경제지원 같은 예산이 들어가는 경우엔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특히, 북한 핵 문제에서는 협상 실패가 반복되면서 협상 자체에 대한 불신이 의회 안에 팽배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패 가능성이 크게 잠재돼 있는 협상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오바마가 ‘핵을 내려놓으면 도움의 손을 내뻗겠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북한의 변화가 어느 정도 확인되면 ‘안전하게’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21일 출범한 제2기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미국 내 정치상황은 비슷하다. 오바마는 국내의 진보적 의제들에 집중할 방침임을 천명해 공화당과의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외정책에서도 대립을 자초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국무장관에 ‘비둘기파’인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들어가지만, 운신의 폭이 얼마나 될지는 불확실하다. 의회에선 ‘매파’들이 주요 보직을 장악하고 있다. 하원 외교위원장에 새로 임명된 에드 로이스(공화)와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스티브 샤벗(공화)은 대북 강경파들이다. 하원에서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추진할 움직임도 감지된다.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이다. 두 나라가 서로 위협을 해소하고 적대관계를 청산해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로선 두 나라가 직접 협상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에게 북핵의 해법을 물으면 곧바로 ‘당신 나라의 새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워싱턴의 이런 분위기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중요한 순간에 북-미 관계 개선의 단초를 제공한 선례를 갖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그해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의 기반을 닦았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6·17 면담(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함으로써 그해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는 데 기여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선 북한 변화’를 고집하다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도 악화시켰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런 구조와 역사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박 당선인이 역사에 이름이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특파원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