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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1 19:18 수정 : 2013.02.21 19:18

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북한 핵무기가 중국을 향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느냐.”

최근 중국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연 화제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이었다. 중국 동북지역의 방사능 오염 공포부터, 동북아 지역의 핵개발 도미노 우려까지 북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선 “마오쩌둥이 문을 지킬 개를 길렀는데, 그 개는 미친개로 드러났다” 같은 원색적인 북한 비난 글들이 줄을 잇고, 북한 핵실험에 항의하는 소규모 시위 사진들도 잇따라 올라왔다.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핵무기 개발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이후, 북-중 관계의 갈등을 덮고 있던 ‘혈맹’의 가면이 벗겨지고 중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시선이 급속히 차가워졌다. 중국 당국도 이런 반북 여론을 통제하지 않고 놔둠으로써 북한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며 중국이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포기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북-중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북상하지 않도록 막아줄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안정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 협력을 유지해 왔다.

다음달 공식 출범하는 중국의 시진핑 지도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꿀 가능성은 낮다. 북한의 핵개발로 중국의 이익이 침해받는다는 불만이 들끓지만, 북한 붕괴 이후 혼란으로 입을 피해는 더욱 크기 때문이다. 미국·한국 등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조를 끊고 강하게 압박해 북한을 길들이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중국한테 모든 걸 떠넘기는 이 카드가 작동할 가능성은 낮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한 채 ‘중국 역할론’에만 매달리는 동안, 한국의 중국을 향한 태도는 기대-실망-분노를 도돌이표처럼 오갔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등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국 정부의 정책은 중국이 이번에는 북한을 혼내줄 ‘우리 편’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은 결국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반대하고 6자회담 등을 통한 대화 해법을 계속 강조해 왔고, 이때마다 한국에선 중국이 ‘북한 편’이라고 실망하고 분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미·일 대 북·중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한-중 관계도 타격을 받았다.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갈등이 깊어지고,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의 협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의 보수파들은 핵무장론, 북 핵무기 선제타격론,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일본의 보수 세력도 기다렸다는 듯 핵무장론을 들고나왔다. 미국으로서는 이런 구도를 이용해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동맹과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첨단 무기 판매 등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한국이 이런 흐름을 선택한다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공간은 사라지고 한-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미·중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며 외교 공간을 넓히는 것,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전략을 가지고 중국을 설득해 낼 공간을 넓히는 외교가 절실해졌다. 25일 막중한 과제를 물려받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 외교안보팀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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