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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0 19:53 수정 : 2009.09.16 10:21

표정훈 출판평론가

문화칼럼

중국의 저명한 교육학자이자 도시문화 전문가 양둥핑은 중국 도시 경쟁의 현황을 이렇게 전한다. “중국의 도시들은 지금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183개 도시가 국제화 대도시를 목표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경쟁력을 갖춘 전국적인 중심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몇 개 도시에 불과합니다. 이제는 경제 분야 이외에 새로운 경쟁 좌표가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소프트파워라 불리는 문화경쟁력이지요.”(<중국의 두 얼굴>)

한편 토론토대 교수이자 <도시와 창조계급>의 저자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 발전의 근본 요소이자 동력으로 기술, 인재, 관용을 제시했다. 창조적인 인재들이 모여들어 그 잠재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도시만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 유인 환경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중요한 것 하나가 이른바 문화적 어메니티(amenity), 즉 특정 지역에서 사람들에게 문화적인 만족감과 편리함과 쾌적함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창조성이 높은 인재들일수록,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기회가 다양하고 풍요로운 곳에 친화감을 느끼면서 고도의 창조성을 발휘한다. 다른 지역보다 많은 임금을 주는 것은 어느 지역이든 할 수 있지만, 높은 수준의 문화적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다.

그것은 장기간에 걸친 계획과 투자와 실천이 있어야 가능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에만 급급하거나 일회적인 전시성 사업에 치중하거나 해서는 제대로 이루기 힘든 과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창의문화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운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컬처노믹스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문화적 삶의 질을 보장함으로써 창조적 인재들을 유인하고 세계인이 찾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문화적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새롭게 구축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양적인 개발만능 시대, 성장제일주의 시대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로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일상생활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문화적 감수성과 요구를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가치와 정신까지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도시가 갖는 유형의 물리적 자본이 아니라 무형의 상징자본을 축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일컫는다. 한 도시의 문화적 인프라와 환경을 새롭게 탈바꿈시켜 경제적 생산성과 효율성까지 제고시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 요컨대 컬처노믹스의 전략과 실천도 도시 발전의 백년지대계라 아니 할 수 없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 했다. 백년지대계를 십년지대계의 잣대로 재단하면서 조바심을 갖기보다는, 백년지대계에 맞는 좀더 멀고 넓은 시야로 서울의 컬처노믹스 실천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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