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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7 19:57 수정 : 2009.09.16 11:04

황대권 생태운동가

생태칼럼

한 병원의 주검(시체) 안치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병원 인부가 주검을 치우느라 주변을 정리하는데 주검이 부스스 일어나며 나는 아직 안 죽었다며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다. 그러자 인부는 “당신은 의사가 이미 죽었다고 진단서에 서명을 했소.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대로 자빠져 있으시오!”라고 했다나.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아이티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가난한 조국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쓴 편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는 98%의 국민이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권유하는 가진자 위주의 구조조정에 저항하다가 그만 권좌에서 쫓겨난 비운의 대통령이다. 국제통화기금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티같이 경쟁력 없는 나라의 경제는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주검이나 다름이 없다. 그나마 국가 파산을 모면하려면 그래도 가진자들의 자본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 서방세계의 경제를 주무르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아리스티드는 아직 우리는 죽지 않았다며 절규한다. 비록 공식적인 경제에는 잡히지 않지만 아이티 민중들 사이에 존재하는 우애와 협동의 경제가 살아 있는 한 아이티는 살길이 있다는 것이다. 이 길을 그는 제3의 길이라고 한다.

제2의 외환위기라고 불리는 요즘의 한국 경제를 말하기 위해 이 얘기를 꺼낸 것이 결코 아니다. 그리했다간 어떻게 세계 최빈국과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느냐고 바로 직격탄이 날아올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의 국토 환경, 그 가운데 강이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한반도 대운하’라는 거대한 국토 개조 사업을 발표했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자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모호한 조건을 달아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4대강 살리기’라는 ‘새로운’ 카드를 내놓았다. 토목건설이라고 하면 환경을 파괴하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무언가 죽어가는 것을 살려보자는 이미지를 내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소위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대국민 홍보물을 만들어 뿌렸는데, 그만 ‘본의 아니게’ 오버하고 말았다. 우리 강이 죽었단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강과 함께 우리 모두 죽을 수 있으므로 하루빨리 강바닥을 파고 물길을 넓혀 강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수백만 낚시 애호가들과 하천 주변의 식당업자들이 서로 쳐다보며 묻는다. “허? 그렇담 우리는 여태 죽은 강에서 죽은 고기를 잡고 있었단 말인가?” 사람은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지라 더는 대꾸를 않는다. 다만 앞으로 자신의 취미활동과 생업이 어떻게 변화될지 막연하게나마 그려볼 따름이다. 문제는 강과 그 언저리에 살고 있는 뭇 생명들이다.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공사가 시작되면 재개발지구의 철거민 신세가 될 것이 뻔하다. “참나, 즈그들끼리 하던 짓을 왜 말 못하는 우리에게까정 들이대고 난리여!”

분명 자연의 회복에도 제3의 길이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인간과 자연은 함께 가야 한다. 산업화 반세기 만에 만신창이가 된 우리의 강에 오랜 세월 인간과 자연 사이에 맺어 온 우애와 협동의 관계를 복원하는 그 길을 찾아야 한다.

황대권 생태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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