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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0 18:45 수정 : 2009.09.14 18:54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문화칼럼

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 도내 리그에서 북산고와 맞붙게 된 능남고의 유 감독은 자신의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북산고의 불안요소를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울이 누적되고 있다는 둥, 강백호가 풋내기라는 둥 하면서 그는 최후의 승자가 능남고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아니나 다를까, 능남고는 역전을 이뤄내며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한다.

요즘 인디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음악 평론가라는 직함을 단 이래 인디 음악 쪽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온 입장에서는 반가운 흐름이다. 매체와 대중이 인디에 이토록 관심을 보인 때는 1990년대 중반, 인디 신 초기 이후 없었으니까. 승승장구하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뿐 아니라 국카스텐, 검정치마, 이장혁 같은 음악인들이 양질의 음악뿐만 아니라 대중적 성과도 얻어내고 있다. 공연은 예매로 이미 매진되고, 방송에서도 적잖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좋은 뮤지션들이 많아지고 그에 호응하는 팬들도 많아지는 것이다. 만년 약체 북산고의 이변을 보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마냥 박수를 치기는 어딘지 석연찮다. 근본적인 불안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불안요소 첫번째. 음악 소비층의 수명이 짧다. 한국에서 음악이란 보통 10대, 20대 초반까지 듣고 마는 대상이다. 음악깨나 들었던 남성들은 군대를 다녀오면 대부분 지금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 여성 역시 대학 졸업 이후에는 음악 소비에서 수동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청자의 능동적인 관심이 필요한 인디 음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티브이 예능 프로에도 나오지 않고, 음악을 제대로 즐기려면 라이브 클럽에 가야 하며, 마케팅의 융단폭격에 힘입어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음악들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는 인디 음악은 늘 먹고사는 문제에 묻혀 어릴 때 잠깐 좋아했던 그 무엇으로 남는다. 초기의 인디 음악 팬들에게 대부분 그러했듯이. 지금 주목받고 있는 인디 음악인들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불안요소 두번째. 토대가 취약하다. 여기서 말하는 토대란 경제적 토대다. 음반이 아무리 잘 나가고, 공연이 잘된다고 해도 해당 뮤지션들의 경제적 기반을 해결해 주기에는 부끄러운 수치다. 공연을 하려 해도 홍대 앞 클럽 이외의 지역은 찾을 수 없고, 주류 음악계에서조차 사실상 수익성을 포기한 음반 산업이 버젓이 버티고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이렇게 좋은 음악인들이 나온다는 게 기적으로 여겨질 정도다. 대부분의 음악인들이 별도의 생업을 가지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갈수록 척박해지는 이 땅의 노동환경을 생각해 보면 앞날은 아찔해진다.

이 불안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좋은 음악과 좋은 뮤지션이 나오는 길밖에 없다. 한국 대중음악상에 대한 지원을 시상식 일주일 전에 철회한 이 정부의 행태로 보건데, 정책으로 음악 다양성이 확보될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옳을 듯싶다. 결국 음악인과 팬들의 몫이다. 기존 음악과 다르면서도 더 많은 이들을 선도할 수 있는 음악이 이어지고 그에 대한 지지가 계속될 때 패러다임은 전복될 거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온갖 불안요소를 딛고 결국 패기와 근성, 승리에 대한 쟁투심으로 북산고가 능남고를 결국 꺾었듯이.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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