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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05 21:24 수정 : 2009.09.16 11:03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장

생태칼럼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신이 낸 세금으로 국가가 폭력을 저지르는 것을 우려해 세금 납부를 거절했다. 잠시 국가권력으로부터 혼이 난 뒤에 쓴 <시민의 반항>은 잘못된 법에 저항하는 게 평범한 사람들의 의무라고 가르치고 실천하던 간디를 고무시켰다. 소로가 제일 즐긴 일은 콩밭을 가꾸고, 대양의 영원함과 인간 존재를 묵상하면서 뚜벅뚜벅 하염없이 걷는 일이었다. 소로 이야기부터 꺼내는 것은 소로가 부러워서다.

내 나라는 뚜벅뚜벅 걸으면서 자연과 인간 존재에 대해 묵상하게 만들지를 않는다.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한 용산 희생자들, 기어이 강행하려는 미디어‘악’법,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직후 덕수궁 분향소를 군홧발로 짓이긴 반인륜, 탈세기업 삼성에 기어이 면죄부를 주고야 만 대법원 등,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불상사는 한 시민으로 하여금 잠시도 묵상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정부는 또다시 4대강 개발에 5조원의 돈을 더 추가함으로써 물경 18조6천억원의 국민 세금을 멀쩡한 강에 퍼부으려고 하고 있다. ‘4대강 개발’이라고 고쳐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일찍이 촛불 100만명의 조용한 함성에 의해 포기했던 ‘대운하사업’의 전 단계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일이다. 4대강 개발이 지금 이 시기에 그토록 절박한 일이더란 말인가. 언제 이 나라 산천이 이 정권에게 ‘업’ 시켜 달라고 애원했단 말인가? 이 나라 산천이 특정 정권의 돈벌이 대상인가? 이들은 임기 5년의 공직자인가? 한 나라를 점령한 조폭들인가? 이명박 정권은 국민 70%가 반대하는 운하사업에 왜 이토록 끈질기게 집착할까? 일찍이 남명 조식이 말하기를 “배는 물 때문에 다닐 수 있지만 물 때문에 뒤집히기도 한다”고 토한 적이 있다. 하천 정비가 이미 끝난 4대강에 다시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 얻으려는 게 뭘까? 어떤 땐 가뭄 때문에, 어떤 땐 홍수 때문에, 어떤 땐 물류 이동 때문에, 나중에는 관광·레저산업 육성으로 일자리를 낳는다고 기염을 토한다. 임기응변의 대가인 그들의 말들이 항용 그래 왔듯이 모두 거짓말이다.

얼마 전 내한한 하천 복원의 세계적 석학 랜돌프 헤스터 교수의 말처럼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진행될 4대강 사업은 소수 업자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다. 이른바 선진국들도 토목사업으로만 접근했다가 지금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잘못 개발한 강을 복원하고 있다는 게 실상이건만, 개발업자들은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인구가 자꾸 줄어들고 있어 더이상 아파트 건설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을 게 뻔한 건설업자들을 위한 한탕 치기 4대강 개발이라면 그것은 국토와 미래에 씻지 못할 죄를 짓는 일이다.

“4대강 사업 문제 있다”고 온 힘을 다해 외쳐야 할 환경운동 진영은 왜 이리도 조용한가. ‘한국 환경운동의 대부’라 일컬어지는 이가 잠시 윤리적 곤욕을 치렀다고 해서 환경운동의 기본마저 무너져내렸다면, 그런 허약한 환경운동에 기댈 게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 환경운동가가 어디 따로 있을까? 국민 모두가 국토를 피 흘리게 하고, 물을 썩게 만들 희대의 이 참극을 서둘러 중지시켜야 한다. 물이 배를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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