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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3 18:17 수정 : 2009.10.23 19:29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2009년 가요계를 잠시 되짚어 보자면, 아이돌로 시작해서 아이돌로 끝난다. 올해 가요계의 가장 큰 열쇳말은 걸 그룹의 대공세였다. 소녀시대가 ‘지’로 2009년을 크게 열어젖히더니 카라, 투에니원, 티아라, 에프엑스, 애프터스쿨, 브라운 아이드 걸스 등등 유례없이 많은 걸 그룹이 인기의 중심에 섰다. 이 유례없는 걸 그룹의 대약진에 심지어 걸 그룹 멤버들만으로 추석 특집 프로그램 하나가 만들어졌을 정도였다. 아이돌에 관심이 없었던 남성들이 대거 티브이 앞에 몰렸다. 즐거워했다. ‘걸 그룹은 안 된다’는 가요계의 통념이 산산히 부서진 게 2009년이다.

걸 그룹 현상에 대한 여러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월해진 10대들의 발육 상태가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경제 불황으로 다른 여가 생활이 축소되면서 방송, 특히 예능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계층이 늘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유시시를 통해 연예인들이 소비자에 의해 재해석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의 주된 남성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는 남성을 주된 소비자로 하는 엔터테이너의 형태가 걸 그룹으로 이동했다는 거다.

걸 그룹만 화제를 몰았던 건 아니다. 올해 가요계에서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남자 아이돌의 몫이었다. 동방신기와 소속사의 분쟁, 지드래곤의 표절 논란, 투피엠(2PM) 박재범 사건, 신화 신혜성의 도박, 슈퍼주니어 강인의 음주 뺑소니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연달아 터졌다. 스타가 되겠다는 욕망으로 어린 시절부터 기획사 시스템에 입문한 후, 스타가 되고 어른이 되며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욕망의 발로였다. 아이돌로서 포장된 삶과 세속적 삶이 부딪힌 결과였다. 어쨌거나 올해는 아이돌로 시작해서 아이돌로 끝난다. 아이돌 공화국, 2009년 가요계를 규정하는 유일무이한 단어다.

그러나 아이돌은 ‘소외’의 산업이다. 기획사에 의해서 발탁되고 트레이닝된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돌은 목소리를 제공하는 일밖에는 하지 않는다. 그나마 발달한 리코딩 기술은 부족한 가창력을 테크놀로지로써 새롭게 재창조시키니, 가수의 목소리가 있는 그대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정교한 기획과 시장의 욕망이 맞아떨어질수록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아이돌 그룹은 스타가 된다.

아이돌이 자신의 음악, 혹은 시스템에서 소외되면 될수록 대중이 원하는 상품이 탄생하는 거다. 여기서 생산의 주체는 자본, 즉 기획사다. 아이돌 시장이 커지면서 자본의 위상이 막강해지고 몇몇 대형 기획사가 음악 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게 올해 가요계의 모습이다. 작년과는 자못 다르다. 보이 밴드와 걸 그룹이 아이돌 시장을 이끌었다. 유희열과 김동률, 언니네 이발관, 루시드 폴 등 음악 창작자들의 음반도 풍년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검정치마, 브로콜리 너마저 등 인디판의 지지를 얻고 화제가 된 팀들도 대거 등장했다. 다양성이 충만한 한 해였다. 그 다양성이 올해는 급격히 훼손됐다. 아이돌 공화국에 드리워진 그늘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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