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30 20:47
수정 : 2009.10.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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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익 <환경과생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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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하루에 몇 번이나 흙을 밟는가? 잠깐이라도 하늘을 향해 고개 들고 흘러가는 구름과 지는 저녁놀을 바라보는가? 나무가 뿜어내는 햇살과 바람과 비의 숨결을 온몸 가득 통째로 느끼는가? 대지를 향해 몸을 낮추어 풀냄새를 맡고 벌레소리를 듣는가? 오늘날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자연과 차단된 갖가지 인공의 건물과 시설과 장치들에 빼곡히 둘러싸인 채 살아간다. 설사 자연을 접한다고 해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거나, 여행과 여가활동 따위의 소비 대상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삶과 자연이 분리되었다는 것. 인간이 자연을 너무 많이 잃어버리고 잊어버렸다는 것. 우리네 삶과 현대 문명의 가장 치명적인 급소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 자체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본질에서 벗어난 존재가, 자신의 토대를 망가뜨린 세상이 어찌 온전할 수 있겠는가.
기어이 4대강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 자연을 거역한 채 애오라지 성장과 개발의 깃발 아래 야만스런 폭주를 계속하고 있는 토건주의 권력이 자행하는 파괴적 폭력이 아닐 수 없다. 민주적 절차의 까뭉개기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생태계 유린, 지역 공동체와 주민 삶의 파괴, 국가 예산의 왜곡 등을 비롯해 이미 수많은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터다. 하지만 무엇보다 섬뜩한 것은 인간의 욕심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연을 맘대로 개조하고 변형하고 착취해도 아무 상관 없다는 놀라울 정도의 무감각 혹은 무지다. 생태계의 골간인 강에 인공의 조작을 가해 그 흐름을 바꾸거나 막거나 뒤틀고, 강바닥을 파내고, 온갖 인공의 구조물들을 잔뜩 만들고, 그런 강에 배가 최대한 많이 오가는 것 따위를 더 발전한 것, 더 진보한 것으로 여기는 전도된 가치관이 진실로 근원적인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각의 바탕에 ‘돈’에 대한 끝없는 탐욕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사실 경제 위기뿐만 아니라 이보다 더욱 위험한 식량 위기,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와 석유문명의 종말 등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는 그 모든 재앙의 뿌리도 여기에 있다. 이를테면 최근 창궐하고 있는 신종 플루도 맥락은 비슷하다. 애초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일컬은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신종 플루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이윤 논리에 종속된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있다. 동물을 생명체가 아니라 상품으로만 여기는 탓에, 다시 말해 자연과 생명을 인간의 돈벌이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만 취급한 결과, 이런 참사가 빚어지는 것이다.
한데 이런 상황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권력에 저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욱 긴요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대통령 이명박을 욕하고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자연을 깔보며 돈을 상전으로 모시는 ‘내 안의 이명박’에 맞서 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이 못지않게 ‘내 안의 4대강’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으며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깊이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4대강 사업은 반드시 막아야 하리라. 그러나 동시에 ‘내 안의 4대강’이 경제성장과 지엔피(GNP) 신화, 물신주의, 경쟁과 속도의 논리 따위로 오염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4대강 사업이라는 괴물은 언제라도 다시 출몰하지 않을까?
장성익 <환경과생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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