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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11 20:48 수정 : 2009.12.11 20:48

오창섭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디자인 생산 활동은 대부분 경제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 자리하는 모든 디자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공공디자인이나 문화디자인의 경우처럼 시민들의 행복한 삶이나 그런 삶이 가능한 환경 창출에 일차적 가치를 두는 디자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자든 후자든 디자인은 디자인문화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디자인문화란 사용자가 디자인 활동의 산물인 이미지·제품·공간 등과 관계하는 방식이자, 그 관계에서 파생하는 다양한 산물과 가치들을 주목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일상의 사물들이 단순히 편리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 구성원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 왔고 또 이해하고 있는지, 그들이 삶에서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 준다는 이해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디자인문화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시민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기억하고, 그로부터 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고유의 디자인을 창조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디자인문화가 디자이너들에게 창조적 발상의 원천으로 자리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디자인문화는 경제 발전과 국가 이미지 향상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오늘날 선진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디자인문화로부터 추출된 새로운 경험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다. 선진 국가와 도시들 역시 자신들의 디자인문화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삶의 환경과 긍정적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긍정적 이미지는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상품 판매를 촉진한다. 이처럼 디자인문화와 디자인산업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자극하는 상보적 관계에 있는 것이다.

1970년 이후 최근까지 우리 정부는 디자인을 산업의 맥락에서 다루어왔고, 그 결과 우리의 디자인산업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디자인문화는 그 발전에서 소외되었다. 그럴듯한 디자인박물관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은 그러한 소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디자인문화의 발전 없는 디자인의 발전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기반이자 토대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디자인문화를 주목하고, 문화의 맥락에서 디자인을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이 설립될 때만 해도 디자인문화의 중요성을 정부가 비로소 인식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최근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을 한국공예문화진흥원과 통합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짧은 시간 동안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은 디자인문화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고,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용적으로 지향점이 다른 기관과 통합 움직임이 있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더욱이 해당 영역의 전문가들과 긴밀한 소통 없이 그런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이제라도 현재의 통합 움직임을 재고하기 바란다. 더불어 문화부가 디자인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적 관점에서 발전적 디자인문화정책들을 활발히 전개해 나가길 기대한다.

오창섭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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