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이나 섣달에 꽃을 보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쌓인 눈 사이로 수줍게 피어난 꽃은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입가에 경이로움과 반가움의 웃음을 머금게 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그때의 그 꽃을 만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꽃은 그때의 그 꽃보다 어쩌면 더 완벽하고 더 아름다울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꽃은 더 이상 반가움이나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웃음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물질적 풍요로움을 위해 우리는 더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창섭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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