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8 19:25
수정 : 2011.12.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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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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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2013년 체제’를 말한다. 많은 이들이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사회 전반에 걸친 역사적 퇴행을 겪으면서 이를 저지하고 새로운 시대를 건설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절박하게 느껴왔다. 그래서 백낙청 선생은 6월 항쟁으로 한국 사회가 일대전환을 이룬 것을 ‘1987년 체제’라고 표현하듯이 2013년 이후의 세상 또한 별개의 ‘체제’라 일컬을 정도로 크게 바꿔보자는 뜻에서 2013년 체제를 제창하였다.
우리가 2013년 체제를 논하는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서 퇴행의 시대에서 얻은 교훈과 새로운 정세 변화를 반영하여 민주주의와 복지, 남북관계에서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는 ‘1953년 체제’라 할 수 있는 정전체제를 대체하고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는 것이 절실한 과제로 대두해 있기에 그 열망은 더 크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87년 체제에 기초해서 발전해왔으나 대북문제는 53년에 성립한 정전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발전은커녕 빈번하게 수구세력에 악용되어 국내적으로 민주발전과 제반 개혁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우리는 20년 전 적성국이었던 중국과 현재 미·일을 합한 것보다도 더 큰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다. 북·중 간 정치안보적 유대와 경제협력이 심화되어 한·미가 경제제재나 압박을 통해서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북한은 여전히 군사적으로 위험한 상대이나 한편으로 한국 경제의 기회의 창으로 부각되고 있다.
달라진 정세 속에서 우리가 국가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개성공단의 성공적인 경험을 확대해서 남북이 하나의 협력체를 구성하고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실현하여 남북, 한·중, 남·북·중 협력을 통해 중국 고속성장의 핵심지대인 중국 동부해안과 연계한 황해경제권을 건설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 20년간 대중 교역 확장을 통해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았다면 이제는 남북협력과 한반도 경제 시대 개막으로 북방경제의 활력을 이어가야 한다. 2013년 체제는 바로 이러한 구상을 국가전략으로 삼고, 대북문제가 국내의 민주발전·경제발전·복지증진과 선순환 관계를 지닐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시대이다.
2012년 선거와 관련해서도 2013년 체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반엠비는 절실한 현실적 요청이며 야권 단일대오 형성의 핵심 명분이지만, 그것만으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제시할 적극적인 비전과 정책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야권 대통합이 물건너가고 중통합 논의마저 아슬아슬한 것을 보니 답답하다. 이제 각 분야별로 2013년 체제 구상을 공론화할 때인데, 이는 고사하고 단일대오 형성부터 난항을 겪으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2013년 체제는 민주진보진영이 집권해야만 실현될 수 있다. 수구세력이 재집권한다면 그것은 한낱 신기루로 끝날 것이다. 그들에게 2013년 체제에 대한 비전을 기대할 수 없다. 비전은커녕 민주화 이후 김영삼·이명박 정부 9년 동안 그들은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없음을 만천하에 보여줬다. 민주주의와 남북관계의 후퇴만이 아니라 스스로 주특기라고 자처한 경제에서도 바닥을 기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3배 가까이 증가한 국민소득이 김영삼·이명박 정부 아래서는 마이너스이거나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는 충분히 입증된다. 나는 수구세력이 독선적이며 강압적인 자원배분과 특혜와 노동통제를 통해 외연적 성장을 이끌었던 박정희식 통치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민주화 시대의 국정운영 원리라 할 수 있는 합리성과 공정성, 도덕성과 불화하면서 줄기차게 사고를 친다고 본다. 그래서 그들이 재집권하면 국가적 불행이다.
그러나 수구세력은 권력과 언론, 돈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실력 이상을 발휘한다. 그래서 야권이 단일대오를 만들지 못하면 필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안 된다. 민주진보진영이 분열로 패배한다면 이는 단순히 정권교체의 실패가 아니라 2013년 체제를 출범시키지 못한 역사적 과오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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