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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8 17:50 수정 : 2007.03.12 16:31

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 학생들이 지난 2일 학교 옛 정문 앞에서 선배들의 강요에 의해 팬티만 입고 서 있다. 비가 내려 행인들은 우산을 쓴 채 구경하고 있다.

전북대 경희대 르포
일부 교수 “우린 떳떳”

“남자 애들은 팬티 차림이 됐고, 여자 애들은 면티와 바지만 남겨놓고 외투 등을 모두 벗었어요. 결국 스포츠과학과 신입생들은 모두 거의 옷을 벗은 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것도 옛 정문 앞 큰길에서. 쪽팔리고 싫지만 웃을 수밖에 없어요. 선배들 앞에서 인상 쓰면 죽어요.”(전북대 ○○○ 학생)

지난 2일 전북대 옛 정문 앞.
“오리엔테이션 가는 버스 안에서 계속 노래를 시켰어요. 밥 먹기 전에도 반드시 줄을 서서 노래를 부르고, 목소리가 크고 노래를 잘 부르는 조부터 밥을 먹어요. 둘쨋날 새벽 2시, 갑자기 깨우더니 ‘여자 동기 좀 챙겨라’ ‘동기는 하나다’란 이유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키는데 그 이유와 이 동작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어요.”(경희대 ○○○ 학생)

지난해 3월9일치 <한겨레>가 ‘체육대학은 아직도 병영’이라는 기사로 대학사회 폭력적인 현장을 고발한 지 1년. 그러나 대한민국 체육대학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과거 신병훈련소 경험담 같은 살벌한 이야기는 무섭기조차 하다.

“신고한 놈, 누구야? 빨리 안 나와!” 이상종 전북대 스포츠과학과 교수와 실태를 확인하려고 통화를 했던 6일, 스포츠과학과 1~3학년들은 4학년 선배에게 몽둥이질을 당했다고 한다. 이 학과 ○○씨는 “남녀 구분 없이 4학년들이 후배들을 엎드리게 해놓고 나무 몽둥이로 한두 대씩 때렸다”고 전했다.

같은날 이 대학 체육관. 아침 7시30분이 되자 스포츠과학과와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모여든다. 선배가 쿡 찌르면 자연스레 이름이 터져 나온다. “단결! 전주 ○○고 출신, 특기 복싱, 김○○.” 이어 앉았다 일어나기, 머리박기, 귀 잡고 엎드려뻗치기 등 얼차려가 두 시간 넘게 진행된다. 4학년이 1~3학년에게 얼차려를 주고, 그 다음 3학년이 1~2학년, 마지막으로 2학년이 1학년들을 ‘굴리는’ 것이다. 체육관 들머리에 망을 보는 학생도 세웠다.

지난 2월25일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2007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충북 제천시 청소년수련관. 선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입생들이 줄을 맞춰 서 있다. 일부는 얼차려를 받는 중이다. 제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2월 23~26일 충북 제천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체육학·태권도학·골프경영학·스포츠지도학·스포츠의학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 오리엔테이션 사흘째인 25일 점심, 본관 건물과 100m 남짓 떨어진 주차장에서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마치 군가처럼 쩌렁쩌렁 울린다. 점심을 먹기 전 식당 앞에서 좌우로 줄을 맞춰 ‘체가’라 불리는 체육대학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후 ‘원플러스원-모두 하나되는 시간’ 프로그램은 본격적인 군기잡기가 시작된다. 줄을 맞춰 팔벌려 뛰기를 시키더니, 단상에 선 선배 지시에 따라 선착순 달리기, 팔굽혀 펴기 등 얼차려로 발전한다. 수련관 입구와 근처 등산로 입구에는 혹시 카메라에 찍히지 않을까 2·3학년 ‘감시생’들이 배치된다. 수십명의 학생들이 50m 가까운 길이로 단체로 엎드려뻗쳐를 하는 모습을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지난 6일 아침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체육관 안에서 스포츠과학과 학생들이 선배들 지시에 따라 어깨동무를 한 채 바닥에 머리박기를 하고 있다. 전주/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현장에서 만난 윤우상 경희대 체육대학장은 “우린 전혀 꺼릴 게 없다. 떳떳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떳떳함과는 상관없이 체대 새내기들은 대학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체적·정신적 구속을 경험한다. 그런데도 윤 학장은 “그만하면 성공적인 오티였다. 내가 체대를 이끄는 한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천 전주/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지난 2일 전북대 옛 정문 앞에서 벌어진 이 학교 스포츠과학과 학생들의 모습. 차량들이 지나는 대로 앞에서 행인들이 구경하고 있다.

‘대학교 폭력’ 피해학생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2006년 3월에도 ‘[기획연재] 폭력에 길들여진 대학사회 이대로 좋은가’ (http://www.hani.co.kr/arti/SERIES/23/) 기사를 실어 대학교 신입생 폭력을 고발했지만, 1년이 지난 2007년에도 대학내 가혹행위가 여전함을 보도하게 되었습니다. <한겨레>는 이에 피해자와 목격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대학생활중 조직적인 가혹행위를 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래 이메일로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철저한 제보자의 안전보장과 충실한 취재를 약속드리며 지성사회의 폭력 근절에 함께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보할 곳 : <한겨레>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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