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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02 21:46 수정 : 2010.06.02 21:46

곰사장의 망해도 어쩔 수 없다

[매거진 esc] 곰사장의 망해도 어쩔 수 없다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리더 빌리 코건은 이렇게 말했다. “음악을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은 새벽녘에 합주실에 모여 마리화나를 피우면서 잼을 하는 낭만적인 광경을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너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과정이다.” 인디음악과 관련한 일을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멋지고 창의적인 음악인들과 함께 신나게 작업하는 매일매일, 이러면 오죽 좋겠나.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론 재미는 있다. 곧 출시될 새 음반의 마스터본을 처음 들을 때의 짜릿함, 스스로 기획한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에서 술과 고기를 즐길 때의 포만감, 그런 게 없었으면 눈물 찔끔 날 정도의 월급만 받으면서 이런 격무를 소화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문제는 그럴 때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드문 재미를 위해 많은 시간을 음반 배송이나 영수증 처리 같은 단순작업을 하면서 재미없게 보내야 한다.

그 재미란 것도 두어 번 겪고 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그때부터 걱정이 시작된다. 새 음반이 나오면 잘 안 팔릴 것 같아 걱정, 공연 후의 술자리는 술값 많이 나올까봐 걱정. 에지 내지 간지로만 여겨졌던 뮤지션들의 성격은 이제 쓸데없는 까칠함으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착실한 줄만 알았던 동료들의 게으르고 무능력한 면모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제 슬슬 미래 걱정이 된다. 집도 사야 하고 보험도 들어 놓아야 할 텐데, 저축은커녕 최저임금이라도 나오는 걸 감사해야 할 판이다. 온통 댄스에 발라드로 도배된 한국의 협소한 음악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소득세니 국민연금이니 내는 돈은 많은데 나라는 해주는 게 없고. 그러는 사이 밤샘과 주말 업무를 거듭하는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피부는 나빠지고 배는 나온다. 이러다가 한순간에 훅 가나 싶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열악하고 비전도 없는 이런 일을 대체 왜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천부적으로 음치인 주제에 음악 관련한 사업이 천직일 리 만무하고, 그렇다고 온갖 역경을 의지로 돌파할 만한 출중한 근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따지면,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그나마 재미있는 게 이거 정도밖에 없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만약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할 만한 일이다.

이상의 얘기를 듣고서도 인디음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은 이라면, 붕가붕가레코드의 인턴 모집에 지원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서류심사와 면접을 바탕으로 선발된 이들은 7~8월 두달간 같이 일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인연을 만나 계속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지만, 글쎄. 잘될까? 이러쿵저러쿵 궁상을 떨기는 했지만 작년 초의 공채 이후 최초로 이뤄지는 신규 인력 채용인 만큼 참여하는 이들이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하고 있다.

붕가붕가레코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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