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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철이면 일손이 부족해 노인들도 밤늦도록 미역건조 작업을 한다. 강제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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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최고의 자연산 돌미역 만드는 독거도 여성자 이장의 추억
오후 세시, 전남 진도군 조도를 출항한 여객선이 독거도로 향한다. 여객선 섬사랑 9호는 하루 한 번 진도 본섬의 서망항과 조도 어류포 사이를 왕복한다. 독거도, 탄항도, 슬도, 혈도, 죽항도 등의 작은 섬들이 이 항로에 있다. 내릴 사람이 없을 때는 연락이 와야만 섬에 들른다. 기름값을 아끼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몇 가구 살지 않는 작은 섬은 그래서 더욱 외롭다.
조타실, 선장 대신 잠시 운전대를 잡은 선원의 팔뚝에 ‘추억’이라는 문신이 선명하다. 생살을 파내서라도 새겨 간직하고 싶었던 추억이란 대체 어떤 추억일까. 달아나버릴까 두려워 입으로는 말하지 못하고 살갗에 새긴 추억. 늙은 선원의 눈빛이 고독하다. 독거도 선창가, 아침에 들어왔던 화물차 한 대가 미역을 가득 싣고 독거도를 떠난다. 여객선은 뱃머리를 돌리고 나그네는 섬에 들고. 독거도(獨巨島)는 본래 독고도(獨孤島)였다. 섬의 본질을 그대로 담은 이름. 얼마나 고독한 섬이었으면 이름마저 홀로 외로운 섬이었을까. 독거도 발전소 앞 묵정밭은 돌미역 건조장이다. 섬 주민들과 뭍에서 온 일꾼들이 함께 작업중이다. 15가구 주민 대부분이 한철 미역 농사로 일년을 먹고산다. 어느 건조장이나 독거도 미역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다른 데 미역은 그냥 줘도 안 먹어. 국 끓여놓으면 다 풀어져버려.”
독거각, 돌각, 산모각. 독거도 미역은 이름도 다양하다. 자연산 돌미역이지만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확까지의 과정은 지난하다. 겨울이면 포자가 붙을 갯바위를 일일이 닦아주고 봄에는 어린 싹이 말라 죽지 않도록 날마다 물을 뿌려준다. 오래 끓이면 퍼져버리는 양식 미역과 달리 푹 끓여도 퍼지지 않고 뽀얀 국물이 우러나는 돌미역. 산후 조리에 좋다 해서 산모각으로 명성을 얻은 지 오래다. 값도 양식에 비해 곱절은 비싸다. 독거도의 여성 이장 여성자 이장은 독거도 미역의 유명세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 전두환 군사정권 때다. “전두환이 며느리가 애를 낳았는데 며느리 멕일라고 독거도 미역을 찾았답디다. 도지사한테 독거도 미역을 구해 보내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요. 도지사는 진도군수한테 명령하고. 군수는 나한테다 미역을 보내라 하고. 그때 여기는 미역을 다 팔고 없었지라. 하는 수 없이 애들 아부지가 광주까지 올라가서 다시 독거도 미역을 사왔서라. 그 미역을 청와대로 올려보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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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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