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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일을 오래 연마하면 누구나 도인이다. 50년 톱날을 갈아온 노인. 강제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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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폭풍주의보가 내렸다. 통영 바다의 뱃길은 끊겼다. 나그네는 섬으로 가려던 발길을 돌려 중앙 활어시장으로 향한다. 시장 바로 위는 벽화마을 동피랑이다. 팔팔 뛰는 활어와 조개들로 통영의 봄은 식도락 천국이다. 통영의 해산물은 어느 항구보다 싱싱하고 풍성하지만 값은 무척 싸다. 요즈음은 도다리와 굴과 멍게·우럭·조개가 제철이다. 일반 멍게는 삼사월이 제철이고 돌멍게는 칠팔월이 제철이다. 감성돔은 겨울이, 참돔은 여름이 제철이다. 과일이 그렇듯 해산물도 제철이라야 맛이 깊고 달다.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지만 겨울 방어는 참치보다 맛난 것도 그 때문이다. 활어 골목을 나서면 관람용 거북선이 있는 강구안이다. 거기 문득 나그네의 발길을 붙드는 풍경이 있다. 한산대첩 홍보관 옆에서 노인은 톱을 간다. 40년을 이 강구안에서만 톱을 갈았다. 노인은 집에서 손수 만들어 온 톱을 팔고, 날이 무딘 톱날을 갈아준다. 톱은 관광객들에게도 팔리지만 대부분 이 지방 사람들이 사간다. 노인은 해마다 4월부터 7월까지 톱을 만든다. 이때는 해가 길고 톱을 사러 오는 손님도 적기 때문에 판매보다는 톱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톱은 주로 가을이나 겨울에 많이 팔린다. 수분이 빠져 나무 베기에 적당한 계절인 까닭이다. 노인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톱날을 간다. 한겨울에도 맨손이다. 장갑을 끼면 미끄러워 톱을 갈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맨손으로 톱을 갈기 시작한 것이 습관으로 굳어져 이제는 시린 줄도 모른다. 노인은 ‘조실부모’한 뒤 혼자서 어린 동생들 4형제를 돌봐야 했다. 평생 먹고살 직업을 찾다가 시장통에서 톱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그 당시에는 톱이 생필품이라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처음 6~7년은 톱을 만들어서 등에 지고 촌으로 팔러 다녔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이 자리에 붙박이로 눌러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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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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