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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21 11:57 수정 : 2011.04.21 11:57

[매거진 esc]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섬돌모루는 강화군 석모도 앞바다의 작은 섬이다. 5공 청문회 때 질타의 대상이 됐던 섬. 지금은 주민들도 출입할 수 없는 금단의 땅이 됐다. 석모리 갯벌에서 낚시중인 노인이 섬의 내력을 들려준다. “전두환이가 퇴임 뒤 이리로 와 살려고 그랬던 것 아니여. 섬에 호텔도 하고 카지노도 하려고 했었다지.” 섬은 이 지역 출신 권력자가 개발을 했었다. “전두환이 밑에서 경호실장 하던 안현태가 전두환이 쫓겨나면 모실라고 그랬다지. 안현태가 공수부대 대령 달았을 때 내가 뗏마(소형목선)로 건네주기도 했어.” 퇴임한 전두환이 섬으로 온다는 소문이 돌자 주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전두환이 오려고 할 때 여기 사람들이 반대했어. 한마디로 × 같은 놈이라고 반대했어.” 해안선 전체를 석축으로 둘러쌓아 섬은 마치 견고한 군사 요새 같다. “저 너머는 12층 호텔까지 지었었어. 카지노도 만들고. 그런데 청문회 때문에 시끄러우니까 철거 명령을 내렸대. 허가도 없이 지었다지 아마. 부수는 데만 3억이 들었다던가.” 섬에 호텔과 별장, 카지노 시설을 지으며 회원도 모집했었다. 입질이 없자 노인은 자리를 옮겨 다시 낚시를 던진다. 바늘이 돌 틈에 걸렸다. “바늘이 떨어졌네요.” “그런 거예요. 낚시는 인내심 갖고 하는 거예요.” 섬이 사유지가 되기 전에는 석모도 사람들도 섬으로 낚시를 다녔다. “섬에 가면 숭어 낚시가 잘돼요. 많이들 갔었지. 안현태가 오면서 출입을 못하게 됐지.” 섬은 본디 여러 사람 땅이었는데 다들 안씨에게 팔았다고 한다. 섬의 별장에는 아직도 조용히 놀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당시의 회원들일까. “늙은이 한 사람 월급 주고 지키게 하지. 배는 저 외포리에다 갖다 두고. 아무리 권력이라 해도 한물가면 ×되는 거 아뇨.” 맞다. 하지만 권력을 쥐고 있는 자는 자신이 곧 그리될 줄은 짐작도 못한다.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옛날 저 앞 섬들에는 엄청나게 큰 뱀이 살았단다. 섬돌모루에는 암놈이 살았고 건너편 돌섬에는 수놈이 살았다. 둘이 교미를 하러 갈 때는 바다가 뒤집혔다. “엄청 큰 뱀 구멍이 있었대요. 그래서 뱀이 큰 걸 알았지. 그전에는 소도 놔 키웠는데 소도 잡아먹어버리고.” 소도 삼킨 전설의 뱀. 수천명 광주 시민을 학살한 독재자 전두환은 혹 저 섬돌모루의 뱀굴에서 나온 뱀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돌섬의 뱀과의 사이에서 난 새끼 뱀이 아니었을까. 사람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살육을 저지른 자를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그 짐승은 필시 소를 잡아먹은 왕뱀이었을 게다. 소로도 부족해 수천의 사람까지 잡아먹은 뱀. 그 뱀은 힘을 잃자 다시 모태 섬으로 돌아오려 했던 것이겠지. 하지만 섬도 살인귀를 내쳐버렸으니. 참으로 권력에 경책이 되는 섬이 아닌가.

시인·<자발적 가난의 행복> 저자 bogilna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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