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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24 21:10 수정 : 2010.02.24 21:10

김신의 ‘꼬미꼬미’

[매거진 esc] 김신의 ‘꼬미꼬미’
‘뵈프 드 부르기뇽’을 요리할 때마다 떠오르는 오사카 셰프의 추억

가구라자카는 재밌는 동네이다. 내가 살던 와카마쓰초에서 자전거로 약 10여 분, 야나기초 교차로를 지나 버스 정류장 앞에 라비튀드(L’HABITUDE)가 있다.

산 같은 덩치, 굵은 수염, 양산박의 송강 같은 오너 셰프 오사카상. 그는 말수도 적고, 자신만의 ‘고다와리’(고집 혹은 집착)가 확고했다. 나름 프랑스 비스트로의 이미지를 그대로 일본에 들여와, 12개 식탁 위에는 언제나 해바라기 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파인트(영국 파인트는 약 0.57ℓ) 사이즈의 와인 디캔터를 구비했고, 모든 와인은 자신이 요리를 공부했던 부르고뉴와 론 지방으로 한정했다. 심지어 우리가 입던 앞치마도 프랑스제였으니 요리사만 일본인이고 나머진 그윽한 햇살 비치는 리옹(프랑스 남부 도시)의 비스트로 분위기 그대로였다.

그러나 워낙 말수가 적은 오사카 셰프는 종일 벽만 보고 일하는 체질이라 ‘근접성’이 떨어졌다. 그저 출근하며 크게 “오하요 고자이스~~~!”(아침인사. ‘고자이마스’가 표준어지만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뒷말을 쭉 빼며 여운을 늘린다. 멋있어 보인다)라고 외치고 일 끝나면 “오쓰카레사마스~~~!”(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치는 두 마디로 대화 끝이다.

전형적인 프랑스 비스트로라 고기 요리가 많다 보니 기름이 묻어나는 무쇠 프라이팬 닦는 일이 녹록지 않았다. 세제는 쓰지 않는다. 오직 손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뜨거운 물에 프라이팬을 적시고 ‘다와시’라 불리는 솔로 빡빡 문질러 씻는다.

오늘도 400℃의 오븐에서 달궈진 뜨거운 팬을 식히지도 않고 솔질한다. 한 장! 두 장! 석 장째! “김! 빨리, 빨리! 오더가 밀려 있어! 팬이 없잖아!” 이럴 땐 사람 같지도 않다, 이렇게 뜨거운 팬을 어떻게 그리 빨리 닦으라고! 그러나 “하잇!” 친일파 같은 비굴한 대답을 하고 살짝 요령을 피운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세제를 푼 온수에서 닦아내니 어이쿠, 기름때가 잘 빠진다! “고라! 뭐하는 짓이야!” 세제로 팬을 닦으면 좋은 기름까지 빠져버린다. 신기하게 다와시로 박박 닦아낸 팬은 깨끗하게 고기가 구워지고 들러붙지 않는다. 하지만 고기를 포에르(고기를 팬에서 구운 뒤 뚜껑을 덮고 오븐 안에서 굽는 간접 조리법)한 뒤 육즙을 데글라세(졸인다는 뜻)해 에스파뇰 소스(가벼운 소고기 육수)를 만드는데, 세제로 닦으면 세제 냄새가 소스에 들러붙는 것이다. 오사카 셰프는 팬으로 내 머리를 두드리고는 일침을 놓았다. “김! 다시는 세제를 써서 팬을 닦지 마라.” 조리장의 말 한마디는 사단장의 명령이다. 라비튀드의 인기 메뉴인 뵈프 드 부르기뇽(boeuf de bourguignon)을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유다. 매시트포테이토와 같이 즐기면 미슐랭가이드 별 두개짜리 맛을 낸다.

김신 올리브앤팬트리 주방장


뵈프 드 부르기뇽

뵈프 드 부르기뇽. 김신 제공

◎ 재료 : 양파 1개(깍둑썰기), 당근 1개(슬라이스), 셀러리 한 대(반으로 부러뜨려 향으로만 사용), 깐 마늘 2알(가볍게 으깨어 사용), 타임 1큰술(싱싱한 것으로 다져서. 없을 경우 드라이 타임으로 1작은술), 소금, 후추 약간, 월계수 잎 3장, 베이컨 약 3줄, 양송이 9개(2분의 1 혹은 4분의 1로 잘라), 부르고뉴산 레드와인(풀바디) 3컵, 밀가루 1큰술, 소고기 어깨살과 부챗살 스튜용으로 500g, 토마토 페이스트 2큰술, 소고기 육수 2컵(입맛에 따라)

◎ 만드는 법 : 1. 베이컨 한 장을 반으로 자른 뒤 중불로 달군 속이 깊은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가볍게 굽는다. 2. 베이컨을 꺼내 옆에 두고 소금, 후추, 밀가루로 밑간을 한 소고기를 덩어리째 양쪽 면으로 각각 3분씩 구워 육즙이 빠지지 않도록 단단히 굽는다. 3. 구운 고기를 팬에서 꺼내 베이컨 옆에 놓고 양파, 마늘, 당근을 팬에 넣어 3분 정도 볶는다.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볶다 레드와인과 소고기 육수를 넣고 끓인다. 4. 한소끔 끓은 뒤 타임, 소고기, 베이컨, 월계수 잎, 셀러리를 넣고 뚜껑을 덮어 약불에서 3시간 정도 브레이징(겉을 구운 고기를 뜨거운 육수로 삶는 조리법)한다. 5. 올리브오일 2큰술을 프라이팬에 두르고, 1㎝ 두께로 썬 베이컨 2줄과 양송이를 먹기 좋게 볶는다. 6. 3시간 뒤 소고기를 꺼내 큰 접시에 담은 후 팬에 남은 소스를 체에 걸러 소고기 위에 붓는다. 5번 과정의 볶은 베이컨과 양송이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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