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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의 ‘꼬미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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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신의 ‘꼬미꼬미’
프랑스 요리 연수를 떠나는 길에 비행공포증 동료가 기내 바닥에 ‘털썩’
드디어 에어 프랑스에 몸을 싣고 시베리아 상공을 날고 있다. 내가 꿈꾸어 오던 비스트로의 천국 프랑스 리옹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뿌듯한 마음은 매력적인 프랑스 여승무원들과 함께 두근거리기만 했고(그때는 그랬다) 푸르기만 하던 창공은 내 옆에서 압박을 가하는 덩치 큰 아랍 계열의 아저씨를 잠시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 긴장감, 아마도 중학교 때 일본 학교에 처음 등교하던 어린 나의 마음이 그랬을 것 같다. 리스토란테 메모리의 일은 잠시 접고 마침 학교에서 추천하는 전공 지역 연수가 있어서 시각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프랑스 요리 연수를 선택하였다. 장시간 비행이어서 그랬는지, 에어 프랑스라 그랬는지 캐빈 뒤에 쫙 하고 깔린 각양각색의 샌드위치와 고메이 살라미, 햄 등은 어린 유학생인 나의 식욕을 더욱 왕성하게 하였고 프랑스산 공짜 와인이 끊임없이 나의 목을 축이고 있었다.
‘역시 프랑스 여행은 달라!’ 나의 마음은 이미 파리지앵이 되어 있었다. 이륙한 지 네 시간쯤 되었을까? 식사도 끝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와인으로 목을 간질이고 있을 무렵 비행기가 심한 진동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로 아래로, 급강하, 급상승, 프랑스에 가기 전에 천당에 먼저 가지 않을까 할 정도로 심하게 요동치는 비행기. 기내는 긴장한 승객들로 웅성거렸고(얼마나 심했으면 지금까지 기억을 할까!) 내 왼쪽에 있던 동급생 호노카가 심상치 않았다. 얼굴이 까매지고 안절부절못하며 얼굴을 숙인 채로 꽉 잡은 좌석 손잡이를 놓지를 못한다. “김군 나 도저히 안 되겠어 내릴래.” 내려? 어디로 내리려고? 이게 관광버스냐? “호노카, 너 혹시 비행기 처음 타는 거니?” 장난으로 던진 말이었건만 예감은 적중했다. 일종의 비행 공포증이 있던 호노카, 신경 불안으로 움직이질 못한다. 급기야 털썩하고 기내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니 주위 승객들이 흥분되어 더욱 패닉에 휩싸였다. 어느새인가 그의 입에선 식사 때 접수하신 닭가슴살이 비적거리며 기어나오고 호들갑을 떨며 마시던 화이트와인이 ‘안녕? 나도 같이 있었어!’ 하며 손 흔들며 등장을 하신다. 당황한 나는 승무원에게 구조를 요청하며 그를 들어올렸다. 순간, 호노카는 갑자기 나를 부둥켜안더니 “쿨럭!” 하며 그녀의 점심 메뉴를 몸소 소개해 주었다. 아~ 호노카, 왜 이러니 너! “엑스퀴제 무아.” 이때 등장한 멋진 남자 승무원(그땐 그렇게도 멋있게 보이더라)은 호노카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그를 캐빈 쪽으로 옮겨주었다. 비행기도 곧 안정을 찾았지만 이젠, 오른쪽에 앉아 있던 아랍계 아저씨가 치근덕거리며 시큰거린다. 자리가 좁은 게 불만이란다. 나에게 호노카 자리로 옮겨 줄 수 있겠느냐 부탁을 하며 벌써 자기 짐을 챙기고 있었다. ‘그럼 호노카가 회복될 때까지만…’ 하며 옮겨 주었지만 그는 재까닥 벌렁 하며 2개 좌석을 차지하고 누워버렸다. 느껴본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비행기 5인석의 한가운데 자리는 힘들다, 정말 죽도 밥도 아닌. 화장실을 가기에도 불편하고 기내식을 받고 치우기도 불편한 자리. 나도 이참에 게거품 물고 쓰러질까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게 하는 자리!
몇 시간이 흘렀을까? 보르도 와인의 힘으로 한숨을 자고 나니, 비행기는 드골 공항에 도착을 하고, 결국 샌드위치가 비위에 맞지 않아 고생을 한 호노카도 돌아와서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아! 짜증나던 아랍 아저씨? 실실 웃으며 내 옆에서 짐을 꾸리며 앞으로 좌충우돌하게 될 ‘꼬미’ 요리사 김신에게 축복을 주고 있었다. ‘알라’ 뭐라고 하던데… 이런 내용이겠지 - ‘신이여 축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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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올리브 앤 팬트리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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