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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3 19:42 수정 : 2010.06.23 20:07

김신의 ‘꼬미꼬미’

[매거진 esc] 김신의 ‘꼬미꼬미’
프랑스어를 몰라 잘못 들어간 바에선 남자들이 은밀한 눈빛을…

파리에서의 일정은 2박. 꿈에도 그리던 샹젤리제의 ‘워릭’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로 방문한 브래서리 ‘알자스’. 알자스 지방의 전통적 음식을 호화스러운 분위기에서 즐기는 샹젤리제의 유명 식당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탓에 그저 일본인들 무리에 섞여서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알자스는 오래전 독일 점령 지역이었기에 ‘사워크라우트’(절인 양배추와 돼지고기, 햄, 소시지 등을 끓여 먹는 요리)가 유명하고, 신선한 해산물과 석화를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 최고의 소믈리에 ‘다사키 신야’에게서 받은 와인 교육은 현지 파리 브래서리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멋들어지게 병목을 돌리기는커녕 콸콸콸 쏟아부어주는 500프랑이 넘는 고급 와인들!(프랑스에서 500프랑이면 싼 건 아니다) 관광객의 매출과 팁으로 운영되는 식당은 정말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신나게 생굴을 손질하며 까고 있는 아프리카 이민자들, 스위스 호텔학교에서 연수생으로 와서 일하는 웨이터들, 한눈에 보아도 능글능글하게 - 너무 오래 일해서 식당의 버터를 온몸에 처바른 듯한 - 스테이션 매니저들. 아~ 내가 앞으로 어깨를 부딪히며 살아가야 할 그들이 보였다.

너무나 피곤한 하루의 일정이 끝났지만 이대로 보내기엔 빨갛게 불타던 파리의 밤. 나와 하세가와, 그리고 마스다 이렇게 세 명은 파리에서 ‘야간 비행’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목적지는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던 신탄지 바스티유 지역. 그럴듯한 바에 들러 몸을 감싸는 트랜스 음악에 가볍게 부르르 떨며 밀맥주를 시켰다. 유럽 정통의 하우스 밀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한걸음 더 세계로 다가선 자신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서로 사진을 찍어대며 내일 아침 멋진 무용담을 자랑할 생각에 얼마나 마셨을까?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여성 손님은 희박한 상태. 훤칠한 외모에 초록색 컬러렌즈를 끼고 있던 멋쟁이 하세가와에게 한 아프리카인이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담배를 빌리려나? 한 잔의 맥주를 건네며 친근하게 인사를 한다. 역시 파리지앵은 이렇게 환대하는구나! 아니다, 30분이나 지났는데도 떠나지 않는 흑인. 왠지 단단한 이두박근의 보라색 티셔츠가 신경 쓰였지만, 아뿔싸! 허연 하세가와의 얼굴이 붉게 일그러졌다! “저 녀석이 내 아랫도리를 더듬어!” 하세가와 엉덩이를 살포시 눌러주던 새까만 손이 보였다. 도움을 주기 위해 한걸음 다가갔지만 내 앞을 가로막는 살인미소의 아랍인. (또 아랍인!) - 여기는 그냥 바가 아닌 특정한 목적이 있어서 오는 사람을 위한 ○○바였던 것이다. 몹쓸 놈의 프랑스어 간판! 맘도 상하고 속도 불편해서 화장실을 찾았지만, 여기는 ○○바 아닌가! 발걸음을 출구로 돌렸다. 급한 대로 유럽에 많다는 공중 화장실을 찾았으나 이런, 한 번 이용하는 데 동전 두 개가 필요하단다. 여행객인 나에겐 지폐만이 있을 뿐 - 결국 근처 공원 숲에 들어가 간단히 경조사를 치르고 나오는데 벤치 위에 누워 있던 할아버지가 싱긋 웃으시며 윙크를 한다 - 미치겠다. 바에 돌아온 내 앞에는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일본인 친구 두 명과 불타는 열정으로 충혈된 파리지앵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돌아갈까?” 전의를 상실한 우리의 눈앞에는 환한 불빛의 호텔이 환영을 하고 있었고, 호텔 근처에서 야식으로 먹은 ‘프렌치 양파수프’는 리옹, 콩테, 루아르 밸리에서 일어날 내 일생 초주검 꼬미 시절의 초전치고는 달콤하기만 했다.

김신 올리브 앤 팬트리 주방장


프랑스 양파수프

프랑스 양파수프. 박미향 기자

◎ 재료: 양파 2개, 무염버터 30g, 박력분 1 작은술, 비프 부용 1개(소고기 육수를 만들면 좋으나 일반 가정에서는 어려울 듯합니다), 바게트 3장(1㎝ 두께로 잘라서), 그뤼예르 치즈 4큰술 (곱게 갈린 상태), 소금·후추 약간

◎ 만드는 법:

1. 양파는 얇게 채썬 뒤 중불의 프라이팬에 버터 20g과 같이 약 15분 정도 볶아 줍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색깔이 짙은 캐러멜색이 나올 때까지 골고루 열심히 볶아 주는 것입니다. 2.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약불에서 양파를 계속 볶아 줍니다. 약 15분간 더 볶아 줍니다. 3. 물 500cc와 비프 부용 1개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 주는데, 뚜껑을 씌우고 약 30분간 졸여 줍니다. 4. 이제 내열 오븐 용기에 수프를 담고 바게트 석 장을 올린 후 그뤼예르 치즈를 덥석 한 움큼 올려 줍니다. 대개 다시 한번 브로일러에서 그라탱을 시키지만 그대로 드셔도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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