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14 19:27
수정 : 2010.07.1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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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의 ‘꼬미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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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신의 ‘꼬미꼬미’
요리 대통령 ‘폴 보퀴즈’ 식당에서 목격한 폴 셰프의 폭력사건
파리에서 리옹까지 ‘테제베’로 2시간 약간 넘게 걸리는, 이젠 기억에서도 희미한 그 레스토랑을 기억하는 건 아마도 ‘맛있는 냄새’ 때문일 거다. 훗날 미국에서 직장 상사였던 셰프 로랑도 같은 말을 했다. “내가 연수 갔을 때 언제나 그 냄새가 있었어. 잊지 못할 맛있는 냄새가.” 그렇다, 프랑스 요리 대통령 폴 보퀴즈의 레스토랑을 가득 메운 맛있는 냄새는 지금도 잊지 못할 노스탤지어의 연못이다. 이날 ‘폴 보퀴즈’에서는 연수를 온 일본 학생들을 위해 ‘비싼(?) 코스요리’가 준비되었고 우리는 처음 먹어보는 푸아그라, 지중해의 생선, 맛깔스러운 디저트에 맘껏 취해 있었다.(아마도 도축되기 전의 돼지처럼) 디저트를 끝낼 즈음이었던가? 폴 보퀴즈, ‘그랑 셰프’가 등장하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기립하고 말았다. 어리바리한 동급생들도 같이 일어나면서 결국에는 박수까지 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물론 나의 가슴은 요동쳤고 감격의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내 평생 우상으로 했던 인물이 아닌가!) 가느다랗고 살짝 숱이 적은 금발 머리 위엔 최고 요리사의 상징인 ‘토크’(모자)가 높게 자리하고 있었고, 눈보다 하얗게 가꾸어진 조리복과 힘찬 팔뚝은 그의 경력과 명성에 걸맞게 위대하게만 보였다. 당대 최고 요리사의 테이블에서의 만찬 - 허나, 이날 우리들 입에서 조청 같던 음식들은 오개월 뒤 나의 땀으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샤토 다몬단스’에서 연수 과정 중 실제 레스토랑에서 견습생으로 근무하는 기간이 주어진다. 나의 파견처는 당연히 리옹의 ‘보퀴즈 레스토랑’. 나의 존재는 완전히 밑바닥의 갓 입소한 신병에 지나지 않았다. 청소와 감자깎기를 시작한 지 며칠 뒤 크렘브륄레를 굽기 시작했다. 한 60개를 구웠을까? 워낙 디저트는 식사의 마지막이라 청소 후에도 남아서 혼자 쓸쓸히 남은 오더를 기다리고 있을 무렵, 워크인 냉장고 쪽에서 ‘우당탕!’ 하고 소리가 났다. 슬쩍 가서 보니 나의 우상 ‘폴’ 셰프가 60대 주방장의 멱살을 쥐고 흔들고 있다. 주방장은 미처 대적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습을 당한 듯 허우적대고 있었고, 곧이어 냉장고 문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참 뒤에 아직 분이 안 풀렸는지 폴 셰프가 유격대 조교처럼 문을 빵 차고 나오고, 그 뒤를 따라 나오던 주방장의 얼굴은 벌겋게 부어 있었다! 칠십대 노인이 육십 노인의 주방 군기를 잡은 것이다! 폴 셰프의 분노의 불길은, 예전보다 맛이 못하다는 손님의 어필에 주방 책임자를 불러내어 주먹으로 닦달을 한 것이다. 나는 한편의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는 느낌으로 60대 노인의 주방폭력사건을 현지 생중계로 보고 말았다. 그렇게 인자했던, 레지옹 도뇌르 훈장에 빛나던 ‘폴 보퀴즈’의 주먹은 역시 짬으로 얼룩진 훈장감이었다. 하! 프랑스의 주방도 이렇게 빡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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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브륄레.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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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브륄레
◎ 재료: 달걀노른자 8알, 설탕 1/3컵, 생크림 2컵, 바닐라 에센스 1작은술, 백설탕 1/4컵
◎ 만드는 법: 1. 오븐을 섭씨 165도 정도로 예열하고, 달걀과 설탕, 생크림, 바닐라 에센스를 잘 섞어 준다. 2. 고운 체로 한 번 거른 다음 다른 불순물과 위의 거품을 제거한 뒤 2/3컵 크기의 내열용기에 나누어 담고 속이 깊은 철제 그릇, 쟁반에 넣어 준다. 3. 달걀 크림을 담은 용기의 8할 정도까지 물을 부어(쟁반에-내열용기에 부으시면 안 됩니다!) 열이 직접 닿지 않게 준비하고, 조심스럽게 오븐에 넣어 약 20~50분간 익혀준다. 4. 냉장고에서 미열을 완전히 식힌 뒤 설탕을 얇게 뿌리고 등산용 토치로 그을려주면 완성! 토치로 그을릴 적에는 주위에 다른 인화물질을 두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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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올리브 앤 팬트리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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