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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09 10:34 수정 : 2010.09.09 10:34

올리브 팬트리 ‘핑키,핑키’ 파스타. 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김신의 ‘꼬미꼬미’

내 인생의 요리 은사 로랑 메신의 한수 가르침

셰프 로랑 메신, 김신에게 있어서 일생의 은인이자 참된 의미의 요리사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다듬어준 주방 안의 멘토였다. 그는 프랑스 알자스 근방 ‘오베크’에서 태어나 여러 나라에서 근무한 뒤, 이곳 캘리포니아 뉴포트 비치의 5성급 호텔 레스토랑 요리장으로 오게 된 수재형 요리사였다. 우연히도 로랑 셰프의 부인은 한국인 2세였고, 면접을 보러 간 나는 ‘내 아내도 한국인이다’라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국 요리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진 로랑 셰프는 가끔 나에게 한국식 불고기 양념을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곤 했다.

나름 요리를 시작한 지 4년차, 이제는 제법 파스타며 뜨거운 요리도 자신 있게 만들어내던 나에게 처음 주어진 스테이션은 ‘팬트리’(차가운 샐러드, 샌드위치 등을 주로 취급하는 곳). 이곳 미국까지 와서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가 하는 실망감에 일의 능률이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랑 셰프는 나를 부르더니 폴 보퀴즈에서의 자신의 꼬미 시절 추억담을 은근히 얘기하며 나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했다. ‘참으로, 잊을 수 없는 냄새였지. 내가 처음으로 보퀴즈에서 연수 받을 때, 코끝부터 스며들어오는 맛있는 냄새에 온몸이 배고파지기 시작했지.’ 마침 나에게 한가지 도움이 필요하다던 그는, 이런저런 식재료를 준비해 달라고 하더니 커다란 ‘론도’(조리용 대형 솥)에 기름을 두르고 바닷가재 껍질을 넣고 볶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지 ‘론도’는 내 손에 쥐어지고, 난 약 사십여분간 땀 뻘뻘 흘리며 알 수 없는 요리를 하게 되었다. 손끝이 타 들어갈 듯이 볶아진 가재와 채소, 토마토, 각종 허브와 마늘을 던져대며 정신없이 나를 볶아대는 로랑 셰프! 오후의 룸서비스며, 디너 서비스 준비로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간에 엉뚱한 부탁으로 내 시간을 빼앗아가던 그가 조금은 얄미워지기 시작했다. 조개육수를 붓고 뜸을 들이고, 건더기를 걸러내며, 하얀 생크림을 더하고 20여분을 졸인 뒤에 나는 문득, 보퀴즈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가끔씩 흘러나오던 맛있는 냄새가 문득 떠올랐다. ‘sauce americaine’ - 소스 아메리켄 - 갑각류와 토마토, 채소, 그리고 크림으로 만들어지는 가장 프랑스다운 소스! “션, 맛보지 그래?” 웨이터에게서 건네받은 바게트 한 조각을 소스에 살짝 적셔 입안에 넣은 순간 나는 눈을 감고 말았다.

김신의 ‘꼬미꼬미’
로랑 셰프의 소스 아메리켄은 외국 생활의 고독과 외로움에 힘겨워하던 김신에게, 새로운 힘을 나의 입을, 목을, 가슴을 타고 넘어가며 스며들게 해주었다. 눈물이 나왔다. 이렇게 맛있는 게 있다니…. 궁극적인 아름다운 참된 ‘맛’ 바로 영혼을 살리는 음식이라는 게 있었다. 로랑 셰프에게 감사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스를 가르쳐주어서 - ‘아니, 그건 네가 만든 거야. 절대 잊어버리지 말기를 바란다 - 싱긋!’ 로랑 셰프의 가르침은 오늘 내가 여기서 요리를 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되었다.

김신 올리브 앤 팬트리 주방장


올리브 팬트리 ‘핑키, 핑키’ 파스타

(소스 아메리켄을 이용한 파스타)

재료: 마늘 1/4톨(다져서 준비), 양파 1/4개(작은 주사위 모양), 크림 3큰술, 토마토소스 1과 1/2컵, 오레가노·바질 약간, 새우, 혹은 가재 페이스트 1큰술, 게·새우(머리·껍질 제거) 1인분, 스파게티 면 80g(봉지에 씌어 있는 조리법대로 삶아주세요), 올리브오일 2큰술, 코냑 2큰술,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1. 펄펄 끓는 소금물(분량 외 1.5리터에 소금 3큰술)에 스파게티 면을 삶아준다. 대개의 경우 9분을 넘게 삶는 경우가 없으니, 면을 삶는 동안 소스의 조리를 끝내도록 하자. 2.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마늘과 양파를 볶아서 양파가 어느 정도 투명해지면 새우, 게, 오레가노, 그리고 바질을 약간씩 넣고 코냑을 부어준다. 이때 화염이 올라오니 가까이 서 있는 것은 위험! 3. 토마토소스를 부어주고 가재 페이스트를 더한 뒤, 갓 삶아진 면을 넣고 골고루 섞어준다. 4. 면 삶은 물 두 큰술을 팬에 넣어주고 중불에서 계속 볶아준다. 5. 약 2~3분 정도 볶아준 뒤, 크림을 넣고 잘 섞어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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