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남기자 M의 B급 마초
나이트에 가면 비급이어서는 안 된다. 에이(A)급이거나 아예 시(C)급이어야 한다.(물론 시급이라면 아예 오지도 않겠지.) 나이트는 특이하다. 한국적인 공간이다. 클럽처럼 춤만 추고 올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춤만 추고 오는, 건전한 땀 냄새의 공간인 그런 나이트도 있다. 실제로 가 보기도 했다. 큰 맘 먹고 들어선 신촌의 ㅂ나이트에서 해맑은 4살과 5살 꼬마가 뛰노는 모습을 보자마자 발길을 돌렸다. 해맑은 가족이 생일 따위를 축하하기 위해 왔을 게다. 나이트에 아이라니. 한 기독교 종파의 잡지처럼, 사자와 노루와 승냥이와 사슴이 서로 배를 깔고 누워 있는, 에덴동산이다. 당연히, 수컷과 암컷이 서로 잡아먹지(?)도 않는다.각설하고 나이트는 특이하다. 나이트는 일탈과 의외성의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난하지만 기럭지 좋고 괜찮게 생긴 남자가 옷 잘 입고 춤 좀 추면 부킹이 성공한다는 신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대학입시처럼, 나이트에서도 더는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다. 내 친구가 겪은 (다시 말한다, 내가 아니다) 나이트는 예측 가능한 확률 게임의 공간이다. 그 확률은 ‘견적’에 바탕한다. 기본 맥주 대여섯 병에 과일 안주 하나로 홀에 앉아 있을 수는 있다(는 게 나이트를 좋아하는 비급 마초 친구의 증언이다.) 그러나 웨이터 손에 이끌려 온 여자 사람은 맥주 한잔 마시고 떠난다. 매너가 좋으면 “잘 노세요”라고 한마디 할지 모른다. 양주 한 병에 과일 안주, 임금님이 드셨다는 육포가 따라나오는 룸 기본이 부킹의 최소 조건이다. 보통 40만원 안팎. 원나이트스탠드는 이 40만원을 필요로 한다(고 그 친구는 누차 설명했다.) 2~3명이 최적의 머릿수다. 한 사람이 13만~20만원은 부담할 각오를 해야 당신은 꿈꿀 자유를 얻는다. 홈런을 꿈꿀 자유를. 그렇다, 홈런. 원나이트스탠드를 가리키는 은어다. 꿈은 13만원을 가진 자가 꿀 수 있다.
13만원을 들고 꿈꿀 자유이용권을 끊었다면, 승부는 지금부터다. 오늘 홈런을 치고야 말겠다는 결연하고 집요한 의지가 따라야 한다. 그래서 한 친구는 “나이트는 전투”라고 표현했다. 합석한 여자가 최소한 이누도 잇신의 영화 정도는 좋아해야 한다거나, 오아시스 새 앨범은 들어야 한다거나, 박민규의 이상문학상 수상 ‘문학적 자서전’ 제목이 ‘자서전은 얼어 죽을’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홈런은 사라진다. 오로지 그 허망하고 무의미한 원나이트스탠드에 송곳처럼 집중하는 에이급 마초만 성공할 수 있다. 형이하학은 페로몬에 반응하면서 형이상학은 이누도 잇신을 좇는 비급 마초는, 병살타를 칠 뿐. 내 친구의 병살타 이야기는 한국시리즈에서 기아 장성호가 보인 병살타만큼, 처참했다.(다시 말한다. 내 친구 얘기다. 아일 비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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