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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2 16:20 수정 : 2011.12.22 16:22

[esc] 한동원의 크리스마스 관람적합도

‘적정관람료’의 한동원이 따져보고 뒤져보고 뜯어본 성탄기대작 대해부

평소 시류에 편승하여 대세에 영합한다는 신조를 고수하는 한동원의 적정관람료는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적 요구에 부응하여 ‘크리스마스 관람적합도’를 특집으로 마련하였다. 무릇 크리스마스라 하면 영화 한 편 관람이 테마파크 내방이나 심야 명동거리 방황에 준하는 이벤트로 돌변하는 단기 특수 시즌이므로, 개봉영화들이 이러한 시즌적 특수성에 얼마나 적절히 부합하고 있는지를 감별해내는 것은 성혼율 부양과 출산율 제고를 위해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라 할 것이다.

관람적합도는 100%를 기준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산정되었다.

① 계절적 적절성(5%): 크리스마스에서 강설 및 동절기적 분위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② 테마파크성(10%): 크리스마스에는 아무래도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뭔가 유럽스러운(특히나 스칸디나비아스러운) 분위기의 공간을 선호하게 되기 마련이므로 고려. ③ 이벤트성(20%): 테마파크성이 세트, 로케이션, 의상, 음악 등의 시청각적인 요소라면, 이 항목은 그 외의 분위기 띄우는 모든 요소들, 즉 주연배우의 지명도, 액션의 규모 및 화려함, 스토리의 명랑함과 속도감 등을 포괄한다. ④ 전반적 완성도(45%): 아무리 제목에 크리스마스가 들어가고 산타 루돌프 노닐고 백년 만의 기록적 폭설이 내린다 해도, 영화 자체가 허접하다면 아무 소용도 없는 법.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역시 영화의 기본적 완성도다. ⑤ 관람 후 잔류감흥 (20%): 아무리 괜찮은 영화라도 관람 뒤 상쾌치 못한 뒷맛을 남긴다면 영화 관람 후 일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고려.

그리하여, 크리스마스를 직접 겨냥하여 21일에 개봉한 세 기대작인 <마이웨이>, <퍼펙트 게임>, <셜록홈즈: 그림자 게임>의 관람적합도는 다음과 같다.

<마이웨이>. 에스케이플래닛·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태극기 다소곳이 휘날리며
<마이웨이> 관람적합도 58%

① 2%: 경성에서 소련-몽고 접경지대를 거쳐, 시베리아와 우랄산맥을 휘돌아 노르망디까지 아우르는 대하세계일주서사시인 만큼, 상당한 강설량과 영하기온 유지시간을 기록해주고 있다. 단, 이것이 동사자를 속출시키는 2차 대전 당시의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의 전혀 ‘안’ 낭만적인 눈이라는 점이 문제.

② 6%: 도입부와 결론부를 빼면 당 영화는 줄창 피 튀기는 전쟁터를 전전한다. 다만 1940년대라는 시대 배경과 옛 경성, 인력거, 증기기관차 등의 아이템은 나름 풍물기행스럽다. ③ 16%: 장동건-오다기리 조의 쌍주연과 강제규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벤트적 요인. 더불어 무려 6개 국어가 등장하는 세계일주스런 콘셉트(이로 인해 강제규 감독 특유의 국어책 낭독 대사가 나올 틈이 거의 없음)와 대규모 전투신 또한. 단, 전투 장면이 이미 물리도록 많이 본 라이언 일병풍이라는 점은 결정적 감점 요인. ④ 26%: 이전의 강제규 영화와는 달리 다국적으로 제작되어, 본의 아니게 태극기를 다소곳이 휘날린 점은 오히려 이 영화의 강점으로 보인다. 물량 및 규모도 나름 볼만하다. 다만 주인공 캐릭터가 정 안 가는 국민윤리적 휴머니즘 슈퍼맨이라는 치명적 약점과, 장동건의 미덥지 못한 연기력, 그리고 여전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감독의 연출 등이 전반적 마이너스 요인. ⑤ 8%: 궁금증 해소 외의 잔류감흥은 거의 없다. 앞서 지적한 점들 외에도 휴머니즘적 감동 압출을 위한 도식적 결말도 감점 요인.


<퍼펙트 게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승부 결정이 너무 빨리 났네
<퍼펙트 게임> 관람적합도 19%

① 0%: 뭘 물어. 겨울엔 프로야구는 없잖아. ② 1%: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야구장 분위기 명랑하고 다채로운 요즘과는 달리, 상당히 터프하고 살벌하기까지 하던 80년대 후반. 더구나 영화는 긴장감 조성을 목적으로 이러한 점을 상당히 부각시키고 있음.

③ 10%: 최동원-선동열의 전설적 맞대결의 영화화, 조승우-양동근의 쌍주연, 추억의 프로야구라는 점 등이 당 영화의 이벤트성이자 최고의 강점이다. ④ 7%: 그러나 실화의 무게와 전설의 경기라는 소재에 짓눌린 듯 영화는 평면적 인물묘사 및 감정, 정보의 단순 나열, 일관성 없는 이야기 전개, 감정의 과잉 등으로 인하여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됨. ⑤ 1%: 하여 뒷맛이 좋을 리 없다. 특히 엔딩의 요란하기 그지없는 ‘그것만이 내 세상’ 봉창은 압권. 영화 마지막에 박히는 자막의 문구는 그나마 위안이지만, 그 또한 영화가 아닌 실화의 힘.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치고 빠지는 유머 빵빵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관람적합도 81%

① 3%: 하도 여기저기 분주히 돌아다니는 바람에 뭔 계절인지도 모르고 관람하였으나, 아무튼 시지각적 및 심정적 계절은 겨울에 근접. ② 9%: 19세기 말의 유럽 각지를 넘나듦으로써 테마파크적 분위기에 젖고자 하는 관객의 기대에 부합. 화려하면서도 수공적 손길이 느껴지는 비주얼은 싸 보이지 않는다. ③ 16%: 일단 원작이 확보해준 캐릭터에 대한 호감 및 특유의 분위기.

1편에서는 과도하게 재해석된 홈즈 캐릭터에 대한 반감이 있었으나, 2회쯤 되니 적응 가능. 더구나 모리아티 교수와의 본격 대결을 다룬다는 점 또한 이벤트적. ④ 37%: 기본적으로 이름값에 부응하는 연출 및 연기. 무엇보다도 원작에서는 일면 말로만 때우고 넘어간 측면이 없지 않았던 모리아티 교수의 캐릭터와 악행에 공을 들인 점. 그리고 그 유명한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 셜록 홈즈 팬들도 수긍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 특유의 치고 빠지는 유머 또한. 다만 매우 빠른 편집과 이야기 전개는 집중력을 요한다. ⑤ 16%: 대놓고 크리스마스를 표방하고 있지는 않으면서도 전반적으로 그 분위기에 적합한 시대적-공간적 배경, 짜임새 있는 이야기, 유머와 화려한 액션 등등. 그리고 마침표 같은 웃음을 안기는 재치 있는 클로징도 구비되어 있음.

그 외 지면 사정상 상세히는 다루지 못하나, 성룡 주연의 ‘가족영화’를 표방하는 <스파이 넥스트 도어>는 알고 보니 그 정체가 크리스마스가 아닌 핼러윈 시즌을 겨냥한 영화라는 점과 성룡 형님의 노쇠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결정적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여 28%, 이미 적정관람료를 산출하여 드린 바 있는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미션 임파서블 4: 고스트 프로토콜>은 각각 62%와 64%를 기록했음도 함께 알려드린다.

마지막으로 기억하실 점은, 당 관람적합도의 유통기한은 2011년 12월25일 아침 7시까지라는 점이다. 이 시간 이후 당 관람적합도는 자동폐기된다. 그럼, 모쪼록 독자 여러분의 크리스마스 영화관람 행각에 행운과 즐거움이 함께하시길 빈다.

한동원 소설가·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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