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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2부, '진보개혁, 복지국가를 말하다'
① 왜, 복지국가인가
우리 사회의 대안체제로 복지국가를 주창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학계와 시민사회, 정치권까지 번졌다. 진보개혁 진영 일각에서는 이를 이념적 매개로 해 정당 통합을 꾀하려 한다. 복지국가가 무의미한 구호가 아닌, 나름의 시민권을 획득하며 우리 사회로 잰걸음치며 다가오는 형국이다.
<한겨레>는 지난 5월 이래 창간 22돌 기획 ‘한국 사회의 미래를 말하다’의 1부 순서로 진보와 보수의 미래 논쟁을 벌였다. 7회에 걸친이 논쟁에서 국가비전, 성장, 분배전략 등을 짚었다. 이어 2부 순서로 ‘진보개혁, 복지국가를 말하다’를 마련해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그 첫회로 한국 복지의 현주소를 사회권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한 노대명 박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글을 실었으며, 아울러 복지국가 연구자인 고세훈 고려대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복지 한국의 나아갈 길과 이를 위한 과제를 살펴보았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복지제도는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많은 빈곤층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복지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과 빈곤율은 1980년대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가 있다. 복지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저임금 노동자는 늘어나고, 자산 불평등은 더 깊어지고, 교육기회의 격차마저 커지고 있다. 복지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매우 저조한 것이다.
미래 한국을 위한 대안적 복지패러다임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이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권이다. 사회권이란 시민들이 생존 보장 및 생활 향상을 위해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소득보장권, 노동권, 주거권, 건강권, 교육권 등을 가리킨다. 이런 권리를 국가가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다. 복지 또한 시혜가 아닌 모든 시민에게 주어진 당당한 보편적 권리라는 시각에 기초하고 있다. 한국의 복지는 이제 사회권적 관점에서 재조명되고, 새로이 설계돼야 한다.
청년기 교육기회 차별, 장년기 고용 주거 불안, 노년기 빈곤 자살 급증…‘복지정책 재설계’ 시급 우리의 복지제도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누구에게나 다 같이 적용되지 못하는 보편주의 결여가 핵심이다. 직장이 있고 없음에 따라,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에 따라 복지혜택의 격차가 너무나 큰 것이다. 이런 양상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사회보험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단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높은 임금과 고용이 보장된 정규직 노동자에게 더 많은 복지혜택이 주어지고,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노출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복지혜택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이원화’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빈곤층(경상소득 중간값의 50% 이하인 계층)은 비빈곤층에 견주어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집단의 비율이 2배가량 더 높다. 이는 복지 확대가 소득격차를 줄이기보다 더 늘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추세는 외환위기 이후 더욱 뿌리 깊어졌다. 지난 10년간 중산층 비중이 크게 떨어진 것은 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리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곧 복지혜택의 이중구조가 초래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복지제도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일정 부분 개선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고용·교육·주거 등 인간의 존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권리, 곧 사회권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나마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지만, 이는 전체 빈곤층의 약 3분의 1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이다.
사회권의 위기라 할 수 있다. 이는 빈곤층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대다수 시민들이 겪고 있거나 겪을 문제다. 18~65살 근로연령층을 보자. 이들은 지금 노동권, 교육권, 주거권의 위기를 가장 총체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실업, 고용 불안, 저임금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조기 퇴직의 압력마저 받는다. 한번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면 본래의 일자리로 복귀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혼 초기에는 주거 마련을 위해 대출상환부담에 허덕이게 되고, 자녀가 성장하면서는 무거운 사교육비 부담을 안게 된다. 직장에서 퇴출되면, 빚에 허덕이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가난한 노년’ 또한 이들을 기다린다. 이들 근로연령층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복지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노동권, 교육권, 주거권 보장정책과의 연계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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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불평등·빈곤율도 1980년대 수준 못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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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도움: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사회복지학),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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