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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사기그릇] 인재는 모셔와 따르는 존재다 |
중국은 예로부터 ‘인재학’ 분야에 대한 연구가 제법 볼만했다.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는 관련 학과들이 개설되어 있다. 인재학은 궁극적으로 인재를 모셔와 쓰는 ‘용인’(用人)의 단계를 위한 것인데, 용인의 첫째 원칙으로 ‘의심스러우면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것이 있다. 인재라고 인정하여 모셔와 기용했으면 간섭하거나 의심하지 말고 맡겨두라는 뜻이다.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유명한 고사성어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관중과 포숙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는 자신을 활로 쏘아 죽이려 했던 관중을 재상으로 발탁하는 환공의 통 큰 리더십도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환공이 관중을 재상으로 기용하면서 천하를 호령하는 패주가 되기 위한 방법을 묻자, 관중은 ‘사람을 알고, 알았으면 모셔와 쓰되, 소중하게 활용하고, 모든 일을 믿고 맡기고 위임’하라고 말한다. 이것이 저 유명한 지인(知人)-용인(用人)-중용(重用)-위임(委任)으로 이어지는 리더십 발휘의 4단계다.
환공은 관중의 말대로 나라의 큰일을 관중과 포숙 등에게 믿고 맡겼고, 제나라는 이들의 사심 없는 노력에 힘입어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가 될 수 있었다. 최근 중국의 인재학 연구에서는 인재를 모셔오는 일과 관련하여 ‘인재는 그저 데려다 쓰는 존재가 아니라, 모셔와 따라야 하는 존재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작 우리 현실은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한순간의 쓴소리가 듣기 싫어 인재를 함부로 쓰거나 입을 막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러면 백성은 기운이 빠지고 나라는 강해질 수 없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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