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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05 22:59 수정 : 2010.07.06 11:19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란 말이 있다. ‘매화는 평생을 추운 곳에서 살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풀이할 수 있다. 고난 속에서 살아도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자신의 고귀한 지조를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는 의미다. 뜻깊은 선비들이 매화를 좋아한 까닭도 이 때문이었다.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으로 평생을 올곧게 사셨던 조지훈 선생은 <지조론>이란 글에서 철나서 자신이 세운 뜻을 바꾸는 것은 모두 변절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요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언행을 보노라면 조지훈 선생의 ‘지조론’이 생뚱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뜻이 더 귀하고 소중하다.

지금 국무총리의 거취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학자적 양식과는 동떨어진 언행에 대해 엉뚱한 변명과 강변으로 일관해온 그를 보면서 비애를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또한번 그의 양식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그는 이미 자신의 향기를 내다팔았다. 기왕에 판 것 제값을 받고 당당하게 팔았으면 했는데 그마저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향기는커녕 악취만 남기게 되었다. 지금 그는 인생 최대의 시련기를 맞이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결단의 기회마저 놓치지 말길 바란다.

공자는 “날이 추워진 뒤라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새삼 알게 된다”(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고 했다. 어렵겠지만 학자적 양심을 되찾아 작은 소나무로나마 남길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원한다. 인간만이 자기 잘못을 알고 바로잡을 수 있는 고귀한 품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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