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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사기그릇] 부모와 학부모의 갈등 |
얼마 전 부모로서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과 학부모로서 자식의 출세를 바라는 입장 사이의 모순과 갈등을 절묘하게 묘사한 광고를 보고 마음이 착잡했던 적이 있다. 지난번 전국 교육감 선거 결과도 이 같은 모순과 갈등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57개국 중 우리 청소년들의 학력은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반면 행복지수는 꼴찌로 나타났다. 공부는 잘하는데 불행하다는 말이다. 공부와 행복은 원래 비례해야 맞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알아가고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구상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그런데 여기에 죽기살기 식의 경쟁과 서열 매기기 따위와 같은 교육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나쁜 요소들이 끼어들면서 공부와 행복은 반비례가 되고 나아가 공부는 불행의 근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부가 불행의 근원이 된 원인으로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과 기대치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일등만 알아주는 천박한 사회 풍토와 이를 부추기는 수구 기득권층들의 삐뚤어진 교육관이 주범이긴 하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유리한 게임의 룰 속으로 모두를 끌어들여 이들을 짓밟고 올라서 기득권을 영원히 지키려는 지독한 이기심이 아이들과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노자(老子)는 “낳아서 기르고, 낳되 소유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부모와 학부모 사이의 모순된 갈등을 이겨내는 길은 지금 내가 자식을 도대체 어떻게 기르려고 하는가에 대한 자문과 우리 교육이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느냐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까짓 성적 때문에 목숨을 끊는 청소년이 더는 없어야 한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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