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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9 18:25 수정 : 2010.07.19 18:25

공직자의 처신에 관해 사마천은 <사기>의 ‘순리열전’과 ‘혹리열전’을 마련하여 청백리 유형과 탐관 유형을 선명하게 비교하고 있다. ‘순리열전’에 보면 약 2600여년 전 진(晉)나라의 사법관 이리(李離)라는 인물이 나온다.

이리가 누군가의 거짓을 듣고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을 판결하여 죽게 했다. 사법부에 의한 살인을 저지른 셈이다. 이리는 자신을 옥에 가두게 하고 자신에게 사형 판결을 내렸다. 문공(文公)이 이를 알고는 그건 이리의 잘못이 아니라 밑에 있는 실무를 담당한 부하의 잘못이니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이에 이리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담당 부서의 장관으로서 관리에게 직위를 양보하지도 않았고, 많은 녹봉을 받으면서도 부하들에게 이익을 나누어주지도 않았습니다. 판결을 잘못 내려 사람을 죽여 놓고 그 죄를 부하들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문공은 그런 논리라면 너를 사법관으로 기용한 나한테도 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이리를 용서했지만 이리는 또 이렇게 말한다.

“사법관에게는 법도가 있습니다. 법을 잘못 적용하면 자신이 그 벌을 받아야 하고, 잘못 판단하여 남을 죽이면 자신이 죽어야 합니다. 임금께서는 신이 그런 것까지 의혹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여 사법관으로 삼으신 것 아닙니까? 그런데 거짓말을 믿고 사람을 죽였으니 그 죄는 사형에 해당합니다.”

그러고는 스스로 자결하여 사형을 대신했다. 정권 실세들의 알량한 권력투쟁이 가관이다. ‘직분을 다하고 이치에 따르는’, 즉 ‘봉직순리’하는 공직자는 그만두고라도 최소한 인간으로서 보이지 말아야 할 추한 모습까지 다 보이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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