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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사기그릇] 생존의 열쇠, 외교 |
이번에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의 수장이 구설에 올랐다. 우리 외교가 국제사회에서 연신 망신을 당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실언인데, 그것도 국제회의 뒤끝에 나온 것이라 마음이 더 언짢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이 나왔다. 남북문제와 외교의 중요성을 지적한 대목은 모두가 귀담아듣고 실천에 옮겨야 할 혜안이다. 우리의 생존과 외교의 관계를 언급한 부분은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게 북한은 바둑으로 보자면 꽃놀이패요, 포커판으로 보자면 와일드카드나 마찬가지다. 남한은 물론 미국, 러시아, 일본 등 누구를 상대하든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내밀 수 있는 유용한 카드다. 북한 정권의 내부 붕괴론 같은 순진한 낙관론이 성립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중국이란 카드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을 자극하면 할수록 중국에 대한 북한의 종속도는 심화될 것이고, 이것이 우리에게 좋을 일은 전혀 없다. 통일의 당위론을 떠나 전략과 전술, 즉 외교적 측면에서도 남북관계는 정상화되어야 한다. 진정성을 전제로 한 더 많은 교류가 더욱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대로 끊어진 허리에 피가 흐르게 해야 한다. 남북이 가까워질수록 우리의 힘은 커진다. 중국이, 일본이, 러시아가 경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어쩌면 미국조차 이를 경계하는 것은 아닌지?
<전국책>(戰國策)에 보면 한 나라의 안위는 전략과 정책, 즉 외교로 결정나지 무력충돌(전쟁)로 결정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2천 수백년 전 사람들도 한 나라의 생존이 외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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