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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사기그릇] 침봉상대 |
외교 이야기 한 번 더.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양안(兩岸) 관계’라 한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중국은 대만을 향해 미사일로 위협해왔고, 대만은 미국 무기를 대량 구입하며 이에 맞서왔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위해 중국에 대만을 무력으로 위협하지 말 것을 주문해왔고, 중국은 중국대로 이 문제는 중국 내부의 문제이니 상관하지 말 것과 특히 대만에 무기를 팔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면서 이런 신경전은 줄어들었지만 이번 천안함 사건 때문에 양국간 힘겨루기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존슨 대통령 시절 국제회의 석상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 외교관은 “만약 당신들이 미국에 대해 무력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하지 않는다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며 압박을 가했다. 당시만 해도 양국의 국력차가 크게 나던 때라 미국의 기세는 대단했다.
중국 대표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대만 문제는 중국 내부 문제다.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든 중국 인민들이 알아서 한다. 다른 나라에 무슨 확답을 하란 말인가? 당신네 대통령에게 중국에 대해 무슨 보증 내지 확답을 하라면 하겠는가?”라고 응수했다.
외교에서 상대에게 날카롭게 정면으로 반박하여 상대의 공세를 막는 것은 물론 상대의 약점을 정확하게 드러내 대응을 궁색하게 만드는 것을 ‘바늘로 몽둥이를 상대한다’는 뜻으로 ‘침봉상대’(針峰相對)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국의 주권, 즉 ‘자주권’에 대한 확고한 태도다. 우리 외교에 ‘자주권’이 얼마나 되는지 계속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염려스럽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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