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29 18:43
수정 : 2010.09.29 18:43
관중의 사람 보는 혜안은 소인배들을 가려내는 일에서 더욱 빛났다. 관중이 자신의 후임으로 추천한 습붕은 나이가 많아 오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애초 이 점을 걱정한 환공은 자신을 극진히 보살피는 역아·수비·개방 이 세 사람은 어떠냐며 관중의 의견을 물었다. 관중은 가볍게 믿어서도 안 되는 자들이거늘 재상은 당치도 않다며 일언지하에 잘라버렸다.
역아란 자는 환공이 사람 고기는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자 세살 난 자기 자식을 삶아 갖다 바쳤다. 환공이 이는 자식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관중은 자기 자식조차 아끼지 않는 자가 어찌 임금을 아끼겠냐고 지적했다. 환공이 이번에는 자신을 곁에서 모시려고 스스로 생식기를 자르고 궁에 들어온 수비야말로 신체까지 훼손해가며 나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가 아니냐고 물었다. 관중은 자신의 몸도 아끼지 않는 자가 어찌 남의 몸을 아끼겠냐고 반문했다.
환공이 부모가 죽었는데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나를 보살핀 개방이야말로 정말 나를 따르는 자가 아니겠냐고 물었다. 관중은 자기 나라까지 열흘 거리가 채 안 되는데도 15년 동안 부모를 찾아가지 않은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위배일 뿐만 아니라 자기 부모도 아낄 줄 모르는 자인데 어찌 임금을 진심으로 아끼겠냐고 했다.
관중은 그런 행동을 서슴지 않는 자들은 마음에 무언가 다른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이런 자들을 높은 자리에 기용했다간 나라에 화가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공은 그 자리에서는 관중의 지적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마 뒤 이들을 가까이하다가 결국은 비참하게 굶어 죽었다. 소인배를 물리치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