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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06 19:50 수정 : 2010.10.06 19:50

한나라 문제가 장석지의 수행을 받으며 상림원을 거닐고 있었다. 호랑이 울타리 앞에서 동물들을 구경하던 문제가 상림원의 책임자인 상림위에게 동물의 종류며 숫자 따위를 물었다. 상림위는 더듬거리며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옆에 있던 호랑이 조련사가 문제의 질문에 자세히 답변했다.

문제는 상림위를 파면하고 호랑이 조련사를 그 자리에 앉히라고 명령했다. 이에 장석지는 문제에게 “폐하께서는 강후 주발을 어떤 사람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문제는 주저없이 “그야 장자였지”라고 답했다. “그럼 동양후 장상여는 어떻습니까?” “그 역시 장자라 할 수 있지.” 그러자 장석지는 표정을 바꾸며 이렇게 말했다.

“장자였던 강후와 동양후의 말솜씨는 아까 호랑이 조련사에 비하면 한참 떨어집니다. (중략) 오늘 폐하께서 말솜씨만 갖고 그자를 특진시키신다면 천하에 말솜씨만 중시하고 실제 행동은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또 낮은 직위에 있는 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문제는 장석지의 충고를 받아들여 명령을 취소했다. 장석지는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림위를 변호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장석지는 승진을 위해 자기 본연의 업무나 직책과는 상관없는 성과 위주의 정책만 무리하게 추진하는 성과주의 관리들과 승진과 출세를 위해 오로지 윗사람의 눈치나 보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관료들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라는 의미였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관리들 때문에 백성들이 신음하기 때문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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