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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사기그릇] 농담까지도 책임진 성왕 |
불교 성지로 이름난 오대산이 있는 오늘날 중국의 산시(산서)성 지역은 주나라 때 진(晉)이라는 제후국이 있었던 유서 깊은 지역이다. 이 지역은 원래 당(唐)이라 불려왔는데, 그 역사는 주나라 초기 이 지역에 봉해진 제후였던 숙우로부터 비롯된다. 훗날 세계 최강대국으로 군림했던 당나라의 국호도 여기서 기원한다.
숙우가 당 지역에 봉해진 일과 관련해서 <사기>는 흥미로운 일화를 전한다. 숙우는 주나라를 건국한 무왕의 아들이자 성왕의 동생이었다. 무왕이 숙우의 어머니와 결혼할 때 꿈에서 천신이 무왕에게 “내가 너에게 아들 하나 낳게 할 터이니 이름을 ‘우’라 하라. 그리고 당(唐) 지역을 그에게 주겠노라”는 꿈을 꾸었다. 그 뒤 아들이 태어났는데 신기하게 손바닥에 ‘우’(虞)라는 글자 모양의 손금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이름을 ‘우’라 지었다.
무왕이 죽고 어린 성왕이 뒤를 이었지만 정국은 불안했다. 당 지역에서는 반란이 터졌다. 섭정하고 있는 성왕의 숙부 주공은 당 지역을 멸망시켰다. 주나라는 안정을 찾았고 성인이 된 성왕은 정권을 되돌려받았다.
어느 날 성왕이 동생 숙우와 함께 있다가 장난삼아 오동나무 잎사귀로 천자가 신하에게 하사하는 신표인 홀을 만들어 숙우에게 주며 “이것을 신표로 너를 제후에 봉한다”고 했다. 그러자 사관은 성왕에게 날을 잡아 숙우를 제후로 봉하라고 청했다. 성왕은 그냥 농담이라고 했지만 사관은 “천자는 농담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말을 하면 바로 사관이 그것을 기록하고 의례를 거쳐 그 말을 실행하고 음악을 통해 노래하는 것입니다”라 했다. 성왕은 사관의 말에 따라 숙우를 당 지역에 제후로 봉했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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