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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5 17:56 수정 : 2010.10.25 17:56

소설 삼국지든 역사 삼국지든 가장 유명한 장면 하나를 꼽으라면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를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26살의 제갈량이 융중을 나와 유비에게 설파한 천하를 셋으로 나눈 원대한 이 계책은 약자의 생존 전략으로는 물론 향후 큰일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원모심려’(遠謀深慮)의 대계라 할 수 있다.

‘삼분지계’는 제갈량뿐만 아니라 삼국시대 당시 웬만한 책략가들이라면 한번씩은 언급한 바 있는, 말하자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던 전략이었다. 오나라 손권 집단의 두뇌였던 노숙은 제갈량과 거의 흡사한 대책을 먼저 제안한 바 있고, 조조와 원소 집단에서도 고만고만한 대안들이 제기된 바 있다. 제갈량은 이런 것들을 종합하여 훨씬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다듬었을 뿐이다.

그런데 정작 이 ‘삼분지계’의 저작권자는 따로 있다. 서한삼걸의 한 사람이자 명장으로 이름난 한신의 일대기를 기록한 <사기> ‘회음후열전’을 보면 한신의 모사로서 괴통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그가 한신에게 이 삼분지계를 제안한 바 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삼국지의 인물들보다 약 400년 먼저다.

이처럼 ‘삼분지계’는 역사가 유구하고 생명력 또한 여전하다. 힘이 강한 두 세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내 힘과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내가 살아남는 것은 물론 누구에게도 무시당할 수 없는 힘을 길러 크게 굴기하고자 한다면 이런 형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통해 틈을 파고드는 전략적 접근이 절대 필요한 법이다.

중국과 미국의 틈바구니에 있는 우리로서는 먼저 틈을 찾는 일이 급해 보인다. 향후 우리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기에 더 그렇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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