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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정치세력화 10년 실험 평가와 총선 참가 평가 좌담회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우태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왼쪽부터),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좌담회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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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노동자 참여 평가·향후 전망 좌담
주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이번 4·11 총선을 노동자 진보정치 역사에서 큰 획을 긋는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즉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지난해 말 통합진보당 창당까지 10년간의 한국 노동자 진보정치 제1기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번 4·11 총선을 계기로 제2기 노동자 진보정치의 도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럼 혼돈의 와중에 있는 제2기 노동자 진보정치 실험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또 이번 4·11 총선 과정에서의 노동자 정치참가는 제2기 노동정치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오는 20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한국산업노동학회는 공동으로 4·11 총선 노동자 정치참여를 평가하고 노동자 진보정치의 미래를 조망하는 심포지엄(노동자 정치의 통합과 진보)을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개최한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이 심포지엄에 참여하는 발표자 세 명을 미리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그 내용을 싣는다. 이 좌담은 지난 16일 오전 한겨레신문사 3층 연구기획조정실 회의실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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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현(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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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역동적 변화에
노조 조직이 못따라가
선거연합 등 연대 통해
정치참여 움직임 늘어 ■ ‘노동자 정치세력화 도전 10년’ 평가 김윤철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10여년간 노동자 독자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다가 2008년 분당에 이어 지난해 말 통합진보당 출범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기존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노동정치에서 ‘노동자’가 빠지고 ‘진보’라는 개념이 강조된 것이다. 지난 10여년 노동자 진보정치 역사는 노동의 대표성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돼 왔다. 즉 민주노총의 영향력과 힘이 노동정치 영역에서 점차 약화되어온 것이다. 지난 10여년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험의 제1기가 이제 마감되고 제2기 노동 정치의 도전이 시작된 것으로 단계를 설정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승호 민주노총이 2004년 총선에서 한국노총보다 빨리 의회 제도권에 진출했으나 민주노총의 정당정치에 대한 개입과 영향력은 크게 퇴조하고 있는 양상이다. 통합진보당이 출범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되었다. 사실 역사적으로 서구에서 노동조합과 정당의 관계는 정당 쪽의 배신의 역사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즉 정당 지지계층의 변화 또는 경제구조의 변화 등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태현 지난 10년 한국노총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구분하지 않고 숱한 정책연대를 통해 시도해왔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는 성과가 있었지만 ‘뼈아픈 반성의 성과’이기도 하다. 한국노총이 정책의제를 던져도 그것이 연대를 맺은 정당의 정책과 맞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있어왔고, 그 이후에는 노동정책의 실종 또는 거부가 나타나곤 했다. 한국노총이 이번에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합에 참여하면서 정치적 위상이 안착되었다고 하기는 아직 어렵다. 사실 정치 정당의 속도와 역동성에 노동조합 조직이 못 따라간다. 정당은 순간순간 자기 모습을 바꾸고 국민 여론을 파악해 새로운 의제를 던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조직과 정당 간에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노총에서는 특정 정당에 대한 상층부의 지지선언이나 상징적인 동원 정치를 넘어 아래로부터의 광범위한 추동이 있었다. 즉 한국노총 지역지부와 단위사업장 조직에서 민주통합당과의 결합을 통해 정치적 참여를 확장해야 한다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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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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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운동 사회적 고립
진보 영향력 감소시켜
노동자 독자정당 노선
더 이상 지속은 어려워 김승호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면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라는 큰 틀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통한 외연 확대를 꾀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노동정책 공약으로 내놓은 내용은 거의 흡사하다. 한국노총의 정책공약을 만드는 데 참여한 인물도 민주노총의 정책자문단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양대노총 사이에 오랜 세월 쌓인 간극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난 10여년의 노동자 진보정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양대노총의 협력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윤철 그동안 노동자의 의회 진출 염원은 이뤄졌으나 의회에 들어간 뒤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발전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이제는 원내교섭단체 20석을 만들어달라고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형국이다. 원내 진출 목표가 원내교섭단체 구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노동자의 의회 진출이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 진보정치에 대한 대중적 기반을 넓히는 과제가 놓여 있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총체적인 전략이나 사회적 약자층과 같이하는 정당의 모습과 역량은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면서 조합원들을 정치를 위한 동원 대상으로 자꾸 수단화해온 경향에서 탈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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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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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의 무게중심
제도권 정당으로 이동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극 좁혀 협력 모색을 ■ 노동자 진보정치의 도전과 과제 김윤철 대중적인 노동조합운동과 정치적 정당운동 사이에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고립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이것이 민주노총뿐 아니라 노동자 진보정치의 영향력을 줄어들게 만들었다. 노동자 독자정당을 추구해온 지난 10여년의 노선은 이제 계속 추구하기 어렵다고 본다. 수많은 비정규직 등 노동자 내부 구성 자체가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단결해 다수를 점하는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김승호 지난 10여년은 대중조직의 결합 정도가 진보정치의 성패를 판가름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점차 노동자 진보정치의 무게중심이 노동조합 조직에서 벗어나 제도권 정당으로 옮겨가고 있다. 즉 노동정치가 지나치게 제도권 정치로 흡수돼가면서 또다른 노동자 정치활동인 파업이나 집회 등은 소홀히 되거나 동력이 쇠퇴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뭔가 새로운 노동정치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정리되려면 시간이 좀더 걸릴 것이다. 총선과 대선 등 정치일정 과정에서 민주노총 내부의 정치방향을 둘러싼 통합력이 쉽게 발휘될 것 같지 않다. 우태현 노동자 정치가 꼭 의회나 정당 영역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대중적인 노동조합활동, 즉 비제도화된 노동정치 영역도 중요한데 이 영역이 계속 축소되고 노동조합의 관심 영역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정당 형태를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기보다는 단순히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권력게임의 장에서 노동자의 정책 개입을 관철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아무튼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독자적인 노동자정당의 미래가 과연 가능할지 조금 의문이다. 노동자라는 말의 폭이 워낙 넓어졌다. 외환은행의 근속 8년차 여성노동자의 연봉이 9천만원에 이른다. 이들과 비정규 노동자 등 다수 노동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노동자 진보정치를 도모해야 한다. 김윤철 지난 10여년의 노동정치 제1기 도전과 실험 과정에서 성과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볼 때 정치적으로 배제되었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다. 이제는 ‘노동’이란 이름이 조직노동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층을 다 함께 대변하는 쪽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즉 노동이란 이름의 외연과 내용을 범위를 크게 넓히는 쪽으로 노동자 진보정치가 나아가야 한다. 또한 노동자 진보정당의 조직과 구조를 개혁하고, 정당 내부의 인적자원 육성을 통해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줄 수 있는 정당으로서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yewan@hani.co.kr
‘진보벨트’ 울산·창원서 진보정당 패배 왜?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 껴안지 못해
통합진보-진보신당 불완전 연대 탓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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