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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30 18:00 수정 : 2010.05.30 18:00

오늘날 우리가 흔히 먹는 국수에 관한 기록은 고려시대를 다룬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고려사>에 “제례에 면을 쓰고 사원에서 면을 만들어 판다”라는 구절이 나오고 <노걸대>에도 “우리 고려인은 습면(濕麵)을 먹는 습관이 있다”는 대목이 보인다. 옛날의 국수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밀가루 반죽을 치고 잡아당기고 하여 길게 한 줄로 뽑아내는 납면(拉麵)과 바가지 같은 도구에 구멍을 뚫어 반죽을 밀어내서 만드는 압착면(壓搾麵), 그리고 반죽을 면봉으로 얇게 민 뒤 겹겹이 접어서 칼로 썰어내는 칼국수(切麵)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중국식 납면은 우리 역사에 보이지 않고, 압착면은 기계화되어 국수틀로 그 전통이 이어져 왔으며, 칼국수는 ‘손칼국수’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그 원형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칼국수에 관한 기록은 조선 중기의 요리서 <음식디미방>에 처음 나오는데 그때는 밀가루가 귀하고 비싸서 메밀칼국수를 주로 해먹었다고 한다. 옛날에 귀한 대접을 받던 밀가루는 이제 서민의 음식 재료가 되었고, 빈민들의 구황식품이던 메밀은 요즈음 건강기호식품 행세를 하니 곡물 팔자도 시간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시절에는 국물도 요즈음 흔히 먹는 사골국이나 닭, 멸치, 바지락 국물 같은 것이 아니라 꿩육수와 간장국, 오미자국 등을 보편적으로 썼던 모양이다.

서울 혜화동의 혜화칼국수는 경상도식 ‘국시’로 30여년간 성가를 지켜온 집이다. 밀가루에다 콩가루를 조금 섞어서 치댄 반죽을 하룻밤 숙성시킨 뒤 <증보산림경제>에 유중림이 묘사하였듯 실처럼 가늘게 썰어낸 면은 하늘하늘한 것이 사골과 양지머리로 우려낸 진한 국물과 잘 어울린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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