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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오늘 점심] 이열치열 육개장 |
식당들이 흔히 육계장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명백한 오기이다. 왜냐하면 육개장은 개장국에서 비롯된 음식이라 육개장이라 쓰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육개장을 개고기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소고기로 개장국 비슷하게 끓인 국이라고 했다. 1800년대 말에 출간된 <규곤요람>은 “고기를 썰어 장물 풀어 물을 많이 붓고 끓이되 썰었던 고기가 능숙히 익어 고기정이 풀어지도록 끓이고 종지 파 잎 온채 넣고 줄알 치고 후추가루 넣느니라”라고 육개장 조리법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그 이전의 문헌인 <경도잡지>에 나와 있는 개장국 끓이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여 육당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육개장을 대구탕이라 했다. 소설가 이주홍은 “약간 변형된 대구의 육개장이 상경해서 서울의 식적에 오르면서 대구탕이라 불리었다”고 했다. 대구탕은 서울식 육개장처럼 고기를 잘게 찢어서 얹는 것이 아니고 고깃덩어리를 그대로 푹 삶아 고기의 결이 풀릴 정도로 익힌다. 파, 부추, 마늘을 많이 넣어 더 푸짐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은 그 경계가 허물어져서 확인할 길은 없다. 대구의 폭염이 개장국을 대신할 대구탕을 낳은 배경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구탕이 육개장의 모체라는 설도 있다. 아무튼 부산탕이나 광주탕이 따로 없는 걸 보면 대구탕의 존재가 특이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 대구탕을 손님의 요청에 따라 국 따로 밥 따로 내게 된 것이 오늘날의 따로국밥이다. 서울 용산역 앞에서 40여년간 영업을 하다가 얼마 전에 마포로 자리를 옮긴 역전회관의 육개장은 구뜰하면서도 얼큰. 이열치열로 초여름의 더위를 물리치기엔 안성맞춤의 선택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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