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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오늘 점심] 차가운 보양식 초계탕 |
벌써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에 보양식으로 입맛을 되찾고 체력을 보강하여 폭서를 이겨냈다. 우리 여름 보양식의 기본적인 철학은 ‘복달임’이라는 풍습이 상징하듯 뜨거운 음식으로 열을 다스리는 이열치열이다. 이열치열의 오묘한 이치와 당위성을 많은 문헌이 설명하고 있지만 좀 발칙한 해석을 해본다면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는 여름에 차가운 음식을 해먹을 여건이 되지 않았고 위생문제 때문에라도 음식을 끓여 먹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그 증빙으로 석빙고를 운영하여 여름에 얼음을 구할 수 있었던 궁에서는 차가운 보양식을 해먹은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무튼 궁에서 먹던 차가운 보양식이 바로 초계탕(醋鷄湯)이다. 초계탕은 닭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넣어 먹는 전통음식이다. 옛날에는 여기에 버섯, 해삼, 전복까지 들어갔던 모양이니 상당히 호사스러운 음식이었던 셈이다. 조선시대의 요리책에는 어디에도 초계탕의 흔적이 보이지 않지만 그 시절의 궁중연회를 기술한 <진연의궤>나 <진찬의궤>에는 그 이름이 버젓이 올라 있다.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비였던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도 초계탕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귀한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일반의 기록에는 명월관 등을 통해 궁의 음식이 민간에 흘러나오던 1930년대의 <간편조선요리제법>에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그 무렵에야 보통사람들도 초계탕을 접할 수 있지 않았나 추론해볼 수 있다.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구 저동의 평래옥은 서울에서는 드물게 메밀국수를 만 서민풍의 초계탕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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