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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오늘 점심] 짜장면을 돌려달라 |
‘짜장면’처럼 우리와 친숙하면서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음식도 없을 것이다. 짜장면에 관한 논쟁에서 첫손에 꼽히는 주제는 정체성 문제이다. 짜장면이 중국 베이징과 산둥지방의 가정에서 해먹던 자장몐(炸醬麵)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이 19세기 말 개항과 함께 인천에 상륙한 중국인 노동자들을 통해 이 땅에 자리잡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 이론이 없다. 그러나 그런 짜장면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100여년이 흐르면서 오리지널과는 다른 한국음식으로 진화했다는 주장에서 논전은 시작된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2006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짜장면을 태극기, 김치, 고추장 등과 함께 ‘한국의 100대 민족문화 상징’으로 선정한 사건이다. 민족문화의 상징이 외국음식일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두번째 쟁론은 호칭에 관한 것이다. 하루에 600만 그릇을 먹어치우는 국민 대다수가 짜장면이라 부르는 것을 굳이 정부가 ‘자장면’이 표준어라고 고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자 어떤 작가는 “짜장면을 먹자고 해야지 자장면을 먹자고 하면 영 입맛이 당기지 않을 게 뻔하다”며 “짜장면은 자장면으로 쓰면서 짬뽕은 왜 잠봉이 아닌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아나운서들이 애써 자장면이라고 발음하는 걸 들을 때마다 저건 무슨 맛일까를 생각하며 의아해하는 필자도 짜장면을 고집해 왔다. “우리는 자장면을 원치 않는다. 국민의 명칭 짜장면을 다시 돌려달라!”고 외치는 ‘짜장면 되찾기 국민운동본부’가 다 생겨날 정도면 국립국어원도 호칭 문제를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마포의 현래장에 가면 쫄깃한 수타면에 양파와 감자, 단호박을 큼직하게 썰어 넣은 옛날 짜장면을 맛볼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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