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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7 22:18 수정 : 2010.06.27 22:18

냉면에 관한 기록은 19세기 중엽에 들어서서야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메밀칼국수에 관한 기술은 그 이전에도 보이지만 차가운 면에 관한 것은 그 무렵에 처음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은 여름음식으로 치는 냉면을 그때 발간된 <동국세시기>는 ‘겨울시식’으로 꼽고 있다는 점이다. 계절음식도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일까. 변한 것은 먹는 절기만이 아니다. 1896년에 나온 <규곤요람>은 냉면요리법을 “싱거운 무우김치국에다 화청(和淸)해서 국수를 만다”고 전하고 있고, 비슷한 시기의 <시의전서> 역시 “청신한 나박김치나 좋은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다”고 했는데, 이는 오늘날 흔히 먹는 고기육수와는 사뭇 다르다. 고명도 예전에는 김치는 물론 돼지고기나 양지머리, 얇게 저민 배, 복숭아, 유자에다 잣과 밤까지 다양하게 얹었던 모양인데 이도 지금의 단출한 냉면과는 상당히 다르다. 냉면 애호가로 알려진 조선말의 고종도 동치미 국물에 면을 말아 편육과 배, 잣을 얹어서 즐겼다고 한다.

연전에 평양에 가서 유명하다는 냉면을 두루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면의 메밀 함량은 적지만 육수는 동치미 국물을 많이 쓰는데다 웃기도 다양해서 서울의 냉면보다 옛날식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의전서>에는 고기장국을 싸늘하게 식혀서 육수로 쓰는 장국냉면도 나오는데 요즘의 서울냉면은 그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음식의 내용이야 여건에 따라 진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치미에 말았건 고깃국에 말았건 제대로 된 냉면 한 그릇이면 복더위나 동지 한파도 간단히 물리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다 안다. 메뉴에 없어 단골들만 시켜 먹는 서울 을지로4가 우래옥의 순면은 가히 그런 냉면의 지존이라 할 만한 맛을 낸다.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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