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은 화교들이 세상 곳곳에 자리잡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각지에 정착했다. 그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로 그곳 사람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 내는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 원래 푸젠(복건)음식인 탕육사면(湯肉絲麵)은 일본에 가서 나가사키짬뽕이 되었다가 우리나라에 와서 짬뽕으로 둥지를 틀었고, 납면(拉麵) 또한 일본 땅에 가서 국민음식 라멘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작장면(炸醬麵)은 한반도에 와서 민족문화상징으로 뽑힐 정도의 짜장면으로 출세를 했다.
중국냉면의 탄생에도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무튼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국물에 땅콩소스를 넣어 먹는 독특한 형태로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역사가 짧다보니 전형이 없어 중국집마다 육수와 면이 다르고 고명도 상이하다. 집집마다 특색이 있는 것도 좋지만 우리 음식의 족보에 오르려면 전문요리사들이 모여서 표준 레시피 하나쯤은 만들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서울 연희동의 이화원에 가면 3대째 중식당을 경영하는 화교의 솜씨로 만든 시금치향 나는 비취냉면을 맛볼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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