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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1 23:31 수정 : 2010.07.11 23:31

중국냉면은 국적이 모호한 음식이다. 정작 중국에는 없는 음식이니 말이다. 물론 중국에도 찬 육수에 말아 먹는 량면(凉麵)이나 땅콩소스에 비벼 먹는 건반면(乾拌麵)이 있다고는 하나 우리의 중국냉면과는 다르다는 것이 중국통들의 견해이다. 음식이라는 것은 사람과 함께 세상을 떠다니면서 진화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인도의 커리는 영국을 거쳐 일본으로 이주하면서 카레라이스가 되었고,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슈니첼 역시 영어권에 가서 포크커틀릿이 되었다가 일본으로 가면서 돈까스로 발전했다.

중국음식은 화교들이 세상 곳곳에 자리잡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각지에 정착했다. 그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로 그곳 사람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 내는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 원래 푸젠(복건)음식인 탕육사면(湯肉絲麵)은 일본에 가서 나가사키짬뽕이 되었다가 우리나라에 와서 짬뽕으로 둥지를 틀었고, 납면(拉麵) 또한 일본 땅에 가서 국민음식 라멘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작장면(炸醬麵)은 한반도에 와서 민족문화상징으로 뽑힐 정도의 짜장면으로 출세를 했다.

중국냉면의 탄생에도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무튼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국물에 땅콩소스를 넣어 먹는 독특한 형태로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역사가 짧다보니 전형이 없어 중국집마다 육수와 면이 다르고 고명도 상이하다. 집집마다 특색이 있는 것도 좋지만 우리 음식의 족보에 오르려면 전문요리사들이 모여서 표준 레시피 하나쯤은 만들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서울 연희동의 이화원에 가면 3대째 중식당을 경영하는 화교의 솜씨로 만든 시금치향 나는 비취냉면을 맛볼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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