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18 20:55
수정 : 2010.07.18 20:55
우리들의 밥상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사회의 경제적 수준과 사람들의 취향, 시속의 변화 및 식재료의 수급 사정에 따라 사라지는 음식도 있고, 새로 등장하는 음식도 있다. 흔히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하는 한정식 상에 아스파라거스나 브로콜리 같은 도입 된 지 얼마 안 되는 서양 채소들이 버젓이 올라 있는 것을 보면 음식은 세상보다 더 빨리 변하는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사라져 가는 음식들이다. 초복을 맞이하고 보니 자취를 감추고 있는 복달임음식들이 새삼 그립다. 임자수탕은 그중에서도 멀어져 가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음식이다. 참깨를 닭국물과 함께 갈아 시원하게 냉국으로 즐기는 임자수탕은 궁이나 반가에서 먹던 여름 보양음식이다. 조선시대의 궁중잔치를 기록한 1901년의 <진연의궤>에 임수탕(荏水湯)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고 “영계를 고아서 받힌 찬 국물에 껍질을 벗긴 참깨를 볶아 갈아서 받힌 것을 섞어서 만든다”고 요리법까지 설명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귀한 음식임에 틀림없다. 우리 궁중음식의 특징으로 음식을 상약으로 보는 약선(藥膳)의 개념을 들 수 있는데 임자수탕은 그 전범이라 할 만한 찬선이다. 영계와 참깨로 만든 임자수탕은 삼복더위에 땀을 많이 흘려 지쳐있는 사람들의 열을 내려주고 기혈의 순환을 도와 체력을 보강해 준다고 한다. 담백한 닭고기와 고소한 참깨가 잘 어우러져 맛도 있을 뿐 아니라 소화도 잘되는 건강식이다. 아쉬운 것은 임자수탕을 내던 몇 안 되는 서울의 음식점들이 대부분 메뉴에서 그 이름을 지워버렸다는 사실이다.
서울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의 봉래헌에서 임자수탕을 어렵사리 만날 수는 있으나 임금님의 음식답게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 흠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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