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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오늘 점심] 히야시추카(냉라멘) |
라멘과 라면은 다르다. 우리는 라면이라고 하면 인스턴트라면을 떠올리지만 일본인들에게 라멘은 생라면을 의미한다. 일본의 웬만한 거리에 라멘집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라멘은 그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전국의 라멘집 랭킹을 매긴 책자가 매년 수십종씩 발간되고, 다양한 라멘동호회는 물론 라멘팬클럽에다 라멘평론가 같은 직업이 다 있을 정도인데다 라멘박물관까지 만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인스턴트라면은 우리도 국민 1인당 소비량이 세계 1위에 달할 정도로 대국의 반열에 들지만 생라면은 아직도 드문데, 요즘 서울 곳곳에 라멘집이 생기기 시작한다.
일본의 라멘집들은 여름이 되면 계절메뉴로 냉라멘을 내놓는다. 정확한 이름은 ‘히야시추카’로 히야시는 차갑다는 의미이고 추카는 중화(中華), 즉 중국을 의미하지만 라멘을 뜻하는 ‘주카(추카)소바’의 준말이기도 하다. 라멘의 내력을 직설적으로 말해 주는 명칭인데, 일설에는 1930년대에 센다이의 중국집들이 여름철의 매출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중론을 모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차가운 면 위에 오이, 숙주나물과 차슈, 달걀지단 등을 올려 소스와 함께 비벼 먹는 히야시추카는 우리의 비빔면에 가깝다. 우리나라에 냉면마니아가 많은 것처럼 일본에는 히야시추카 마니아가 많다. 1975년에는 다른 계절에 히야시추카를 먹을 수 없다는 것에 분개한 재즈 피아니스트 야마시타 요스케(山下洋輔)와 동호인들이 ‘전일본히야시추카애호가협회’를 결성하여 히야시추카축제를 개최했을 정도이다.용산전자상가에 본점을 둔 미타니야에 가면 새곰하고 쫀득쫀득한 히야시추카를 맛볼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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