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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03 19:24 수정 : 2010.08.03 19:24

민어는 이율배반의 이름이다. 백성의 물고기라는 의미를 가졌으면서도 정작 백성은 가까이하기 힘든 생선이니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민어는 백성과 인연이 멀었다. 복달임 음식 중 민어탕이 으뜸이고 도미탕, 개장국은 그다음이라던 시절에도 민어는 양반들 차지였고 세월이 좋아진 지금은 민어가 자취를 감추다보니 가격이 비싸져서 가까이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1920년대에 명성을 떨쳤던 임자도의 민어파시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천명의 어부와 어선들이 몰려들었다는데 타리항에 수백호의 초막이 급조되면 선구점과 음식점, 색주가가 들어서서 불야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때는 일본 기생들까지 원정 와서 한복을 차려입고 장사할 정도로 흥청거렸다는데 지금은 흔적도 찾기 어렵다. 백성을 먹여 살린다고 민어라 했을까. 그 무렵엔 민어 떼가 얼마나 몰려왔던지 시끌벅적한 울음소리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는 사연도 고담으로 전해질 뿐이다. 지금은 그 옛날 지게에 지고 다니던 자연산 대물민어는 가뭄 때의 콩보다 만나기 어려워졌으며 전국의 어시장 진열대에는 중국산 홍민어가 판을 치고 있다.

귀해지긴 했어도 민어는 여전히 맛있다. 정약전이 일찍이 갈파한 것처럼 “맛이 담담하면서도 달아” 어떻게 해먹어도 훈감하다. 회도 맛있고 찜이나, 조림, 양념구이도 진진하며 기름이 동동 뜨는 고소한 탕은 일품이다. 민어저냐는 동태저냐나 먹어본 입에는 상상도 안 되는 맛이며 씹을수록 쫄깃한 부레와 밥 싸먹다 논밭 다 판다는 껍질, 소금에 절여 말린 암치, 숭어어란은 울고 갈 어란은 덤으로 따라오는 별미이다.

민어를 제대로 먹자면 목포로 가야겠지만 서울 서초동 유선식당의 민어탕도 아쉬움을 달래기엔 족하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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